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처럼 특수한 상황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건강을 삶의 최고의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히 살고 싶어 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몸만 아프지 않으면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WHO의 건강에 대한 이러한 개념 정의에는 정신질환은 차치하더라도 육체적인 질병의 경우에도 질병의 원인이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차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제에 근거를 두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육체적 건강도 정신적, 사회적, 영적 상태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므로 육체적인 질병을 독립적으로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과학의 발달은 건강에 대한 이러한 정의가 맞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인간의 세포는 2만8000개 정도의 유전자, 즉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의 네 종류의 염기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유전자가 구조적으로 변질되거나 기능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질병이 생기고, 지난 2003년 4월에는 각종 질병별로 변질된 유전자의 위치까지 찾아내어 보여주는 유전자지도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WHO는 이와 같은 유전자 변질로 인한 질병을 비감염성 만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 NCD 또는 chronic diseases)이라 부르고, 최근 인류의 사망원인 가운데 60%이상이 이러한 생활습관병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유전자를 변질시켜 질병의 원인이 되므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함으로써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각 국 정부가 잘못된 생활습관의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할까? 어떠한 질병도 현대의학이 다 해결할 수 있다면 개인은 살던 대로 살면서 의료비용만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의학은 그런 수준에 와 있지 못한데, 그 해결방안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다 죽을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잘못된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도 건강의 증진에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들을 사람들은 알고 있으며, WHO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들의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서 정부도 건강관련 각종 단체도 적극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