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화 인턴기자]런던 거리를 담은 평면에 열두 명의 사람들을 부조(글자나 그림 따위를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로 빚어 붙였다. 왼편의 여성 여섯 명은 여유롭다. 반면 오른쪽 남성 여섯 명은 폭력적이고 불안하다. 조각가 신건우(38)는 "예수와 열두제자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했다. "언젠가 작품 구도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2011년 경험한 영국 폭동사건을 반영했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종과 직업이 제각각이다. 열두 제자들도 예수의 죽음에 대한 반응이 모두 달랐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봤다."
제목은 'Hiatus(틈) 2.' '사이'와 '틈'에 대한 고민이 나타난다. 신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일 수 있고, 신과 인간세계의 틈일 수도 있다"고 했다. "현실이 3차원이라면 비현실은 2차원이다. 이 간극을 얘기하고 싶었다. 현상과 이상을 각각 3차원과 2차원으로 표현하고 병치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때 부조는 완전한 평면과 입체 사이, 그림과 조각 사이에 있는 표현 방식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잘 나타낼 수 있다."
그에게 작품은 일기나 수필과 같다. 하나씩 만들면서 스스로를 알아간다고 믿는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갈등을 겪는다. 이를 고민하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미술 작업은 자아를 찾는 과정이다." 공감하기 쉬운 일기장과 수필처럼 신 작가의 작품들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으로 재해석 될 여지가 크다. 신 작가는 이 때문에 단체전 '원니스(Oneness)'에 참여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전시회는 성북구립미술관에서 31일까지 열린다.
이윤화 인턴기자 y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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