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 작가 엘리 위젤 타계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유대계 작가 엘리 위젤이 향년 87세로 타계했다.

이스라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관은 2일(현지시간)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 엘리 위젤이 미국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28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위젤은 15세 때 가족과 아우슈비츠에 강제 수용됐다. 이후 고아가 됐지만 파리 소르본 대학교를 졸업, 1949년 프랑스 월간지 '라 르슈'의 특파원, 이스라엘 일간지 '에디오트 아하로노트' 소속으로 프랑스 생활을 이어나갔다.

1956년 파리에서 위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밤(Night)'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 담았다. 첫 번째 저서인 '밤'은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표현한 가장 중요한 저작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회고록은 전 세계 30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이밖에도 그는 수용소 경험을 토대로 일생 6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1984년 프랑스 문학 대상, 1986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6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위젤은 시티칼리지 보스턴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노년에도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을 오가며 활발한 홀로코스트 증언 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명예시민이 됐다.

그의 타계 소식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애통한 마음으로 엘리 위젤을 추모한다"며 "그는 홀로코스트의 암흑 속에서 빛나는 등대 불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도 "오늘 밤 우리는 유대인의 영웅 한 분과 작별을 하게 됐다"며 "엘리 위젤은 가장 어두운 악을 극복한 인간 정신을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