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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X파일] "친한 형님이 검찰에" 금괴 밀수업자 정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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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로 드러난 '정운호 구명 로비' 법조브로커 과거…법원과 검찰도 헷갈리게 한 행동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금 수출입 사업을 하는 후배이고, 와이프가 현직 경찰이며, 친한 형님이 검찰에 계십니다.”

2007년 2월의 어느 날 인천국제공항의 한식당, ‘금괴 밀수 업자’와 결탁한(?) 관세청 공무원들이 저녁 식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인물 중 하나는 인천공항세관 휴대품통관국 휴대품검사관실 소속 공무원 윤모씨다. 윤씨는 금괴 밀수업자인 이모씨를 자신의 상관(휴대품통관국장)인 진모씨에게 소개하면서 “친한 형님이 검찰에 계신다”는 얘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의 회동은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인천공항세관 휴대품검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책임자에게 금괴밀수 업자를 소개해준다는 설정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아닐까.

게다가 만남의 장소는 외부의 눈을 피할 은밀한 장소도 아니고 인천국제공항의 식당이라니 뭔가 어색한 장면이다. 윤씨와 이씨는 이 자리에서 진씨에게 현금 3000만원과 발렌타인 30년산 양주 1명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시아경제 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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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 결과물은 그런 내용이었다. 진씨는 금괴 밀수에 협조해주는 대가로 4차례에 걸쳐 현금 5000만원과 양주 등 9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진씨는 꼼짝없이 사법처리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일까. 대법원은 진씨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심은 진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죄가 없다고 본 것이다.

윤씨와 이씨는 세관 공무원과 밀수업자로서 은밀한 뒷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초점은 이들의 뒷거래에 진씨도 연루됐는 지다. 2심이 진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닐까.

2심이 유죄로 판단한 이유는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이씨의 주장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너무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거꾸로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1심은 2심과 달리 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1심은 돈을 전달했다는 장소가 인천국제공항 내부라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부의 시선과 감시의 눈길이 뻗치는 그곳에서 금괴 밀수를 둘러싼 뇌물을 주고받는 게 뭔가 이상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돈을 줬다는 이들의 진술이 지나치게 상세하다는 점도 의문의 대상이었다. 오래전 일이라면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멀어질 텐데 바로 어제 벌어진 일처럼 상세하게 기억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었다.

1심은 “(이씨가) 자신들의 금괴 밀수출입 범행 사실이 발각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처음 대면하는 피고인(진씨)에게 섣불리 자신들의 범행계획을 모두 털어놓으며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자 하였다는 것 역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친한 형님이 검찰에 있다는 문제의 주인공 이씨는 특정한 목적으로 진씨에게 올가미를 씌운 것은 아닐까. 1심은 이씨가 검찰의 선처를 바라고 말을 지어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1심은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한 뇌물공여죄로 추가 기소되는 것을 감수하는 대신, 금괴 밀수출입 범행에 대해 선처를 받고자 허위 진술을 선택할 유혹도 훨씬 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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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검찰은 이씨의 금괴 밀수출입 범행에 대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대법원도 1심 판단의 취지를 받아들여 이씨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진씨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씨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와 관련한 얘기는 어디까지 진실로 봐야 할까.

친한 형님이 검찰에 있다는 주장도 거짓일까. 그 부분은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씨의 본명은 바로 '이동찬'이다. 이 사건 주인공 이동찬은 최근 법조계 핫이슈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의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법조브로커 이동찬과 동일인이다.

이씨는 자신의 법조 인맥을 활용해 구명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최유정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씨는 검찰과의 거래(?)를 통해 금괴 밀수 사건 처벌을 피한 것일까. 결과는 불기소 처분이 됐지만,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어쩌면 "친한 형님이 검찰에 있다"는 얘기가 그 의문을 풀어줄 단서인지도 모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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