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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전쟁터 JSA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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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을 상징하는 이들 막사들은 군사정전위원회 회담 장소로 이용되던 하늘색의 중앙부 3채(T1∼T3)와 좌우 양 끝의 은색 건물로 구분된다. 하늘색 건물은 우리 측이, 은색 건물은 북한이 관리를 맡고 있다.

판문점을 상징하는 이들 막사들은 군사정전위원회 회담 장소로 이용되던 하늘색의 중앙부 3채(T1∼T3)와 좌우 양 끝의 은색 건물로 구분된다. 하늘색 건물은 우리 측이, 은색 건물은 북한이 관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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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6ㆍ25전쟁을 멈춘지 63년이 지났지만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다.


지난 8일 찾아간 JSA는 고요함을 깨고 알아듣기 힘든 북한군의 확성기 방송 소리만 울려퍼졌다. 우리 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군도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하며 올해초부터 '맞불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북측 판문각 계단 위에는 하복 차림의 북한군 1명이 부동자세로 남쪽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남측 주요 인사들이 JSA를 방문하면 밖으로 나오는 북한군 수도 늘어난다. 이순진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달 12일 JSA를 방문했을 때에도 북한군 여러 명이 나와 남쪽의 동태를 살폈다.


판문점에 들어서자 건물 5채가 눈에 들어왔다. 판문점을 상징하는 이들 막사들은 군사정전위원회 회담 장소로 이용되던 하늘색의 중앙부 3채(T1∼T3)와 좌우 양 끝의 은색 건물로 구분된다. 하늘색 건물은 우리 측이, 은색 건물은 북한이 관리를 맡고 있다.


현재 정중앙의 T2 회담장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견학 장소로 이용하고 있으며 상징적 의미가 강한 장성급 회담 장소로 사용됐지만 북의 계속되는 도발로 2009년 3월 이후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오른쪽의 T3 회담장은 JDO라 불리는 공동일직장교 주관으로 영관급ㆍ위관급 회담이 열리던 곳이다.


T1 회담장은 우리 측 스위스ㆍ스웨덴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주간회의 장소와 남북적십자 사무소로 이용되며 사안에 따라 양측 접촉이 이뤄지는 곳이다.

한편 가장 오른쪽의 은색 건물은 북한의 REC센터라 불리는 곳으로 회담이 있을 경우 북측의 소대급 무장병력이 대기하는 장소다. 왼쪽의 은색 건물은 과거 북측의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있을 당시 그들의 주간회의가 개최됐다.


T2 회담장안에 들어서니 공식적으로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남북에 걸쳐 놓여 있었지만 회담장 안에선 군사분계선이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상징적인 것도 눈에 띄었다. 분단선은 중앙에 가로로 놓은 회담 테이블의 양 끝에 놓인 유엔(UN)기와 마이크 선으로 이어놨다. T2 회담장은 우리에게 공개되고 있듯 북한에서도 인기 있는 관광명소다. 하지만 양측 방문객이 한공간에 머무는 경우는 없다.


JSA대대 관계자는 "먼저 들어간 쪽이 맞은편 문을 잠그고 관광을 한다"며 "순서나 약속 같은 것은 없고 먼저 들어온 쪽이 먼저 관광을 한다"고 말했다.


JSA 경비대대는 "이곳 임무가 긴장의 연속"이라고 귀뜸했다. JSA에서 북한군과 대치하는 장병들은 지극히 사소한 사건도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1984년에는 북쪽에서 JSA를 관광하던 옛 소련 외교관이 갑자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는 바람에 그를 쫓는 북한군과 우리 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우리 군 1명과 북한군 3명이 숨졌다. 이 때문에 북측 판문각과 마주보는 남측 '평화의 집'에는 여러 대의 최첨단 감시장비들이 설치돼 북한군 동향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었다. 북쪽 판문각에도 몇 대의 감시장비들이 눈에 띄었다.


JSA 3초소에서는 신록이 우거진 숲 뒤로 약 3㎞ 떨어진 곳에 있는 북한의 선전용 거주지인 기정동 마을이 보였다. 북한 인공기가 높이 솟은 기정동 마을에도 북한군의 확성기 방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정동 마을 너머로는 개성공단 건물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결정으로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지도 벌써 4개월이 다 되어가 삭막하게만 보였다.


판문점은 남북 분단의 모순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어찌 보면 155마일 분단선의 중심이다. 한반도를 가르는 기나긴 분단선 중 유일하게 철책이 걷힌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문점을 빠져 나오자 기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철책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그 어느때보다 멀어졌음을 느껴 가슴이 아팠다. 바로 사흘 후면 6ㆍ25 전쟁 발발 66주년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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