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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등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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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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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화는 언제부터일까?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다. 누구는 1876년 강화도조약부터라고 한다. 서구 사회의 산업화가 우리 땅에 닻을 내렸기 때문이다. 누구는 1984년 갑오개혁부터라고 한다. 그러나 봉건주의는 여전했고 일본의 간섭이 있었다. 둘 다 자주적인 근대화와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쳤다. 그즈음 한국은 자주적인 근대화를 시작했다. 근대화를 산업화라는 좁은 의미로 보면 그렇다. 그렇지만 근대화는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산업화에 돈이 필요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융통한 미국의 원조,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통해 받은 배상금,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한 대가로 얻은 차관이 전부였다. 그래서 8억 달러를 모았다.
1962년 경제개발이 시작됐다. 그리고 선택을 해야 했다. 당시 한국에 2만5000여개 사업체가 있었다. 모두에 골고루 나눠줄 것인지,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정부의 선택은 후자였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했다.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다. 선택의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1966년 중소기업기본법을 제정했다. 종사자 200인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했다.

우리의 산업화 전략은 대기업이 중화학공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었다. 중화학공업은 여러 중간재가 모여 하나의 최종재가 된다. 부품의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했다. 중소기업에 그 역할을 줬다. 이를 1975년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으로 뒷받침했다. 대기업 수출이 증가하면서 납품 중소기업도 동반성장했다. 이를 낙수효과라 한다. 그리고 한국경제는 성장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동반성장이 삐걱거렸다. 수출 부진은 그렇다 치고, 대기업은 원가절감이 시급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납품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납품 중소기업도 어렵기 매한가지였다. 그때 1992년 수교한 중국이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은 중국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중국은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다. 납품단가를 깎지 않으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대기업 수출이 증가하면서 중소기업 납품은 증가했다. 그야말로 미봉책이었다.
미봉책이 오래갈 리가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한국은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를 동시에 겪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달러에 투자됐던 투기자금이 대거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했다. 원자재 가격을 폭등했다. 중소기업의 납품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대기업은 누구보다 원가를 절감해야 했다.

이즈음 동반성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선진국도 1 대 99의 갈등은 있었다.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즉 금융자산가와 노동자의 갈등이었다. 묘하게도 1 대 99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사업체 비중과 같다. 그런 탓인지 한국에서 1 대 99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돌파구가 없었다. 가진 것을 나누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게임이었다. 시장경제에서 가진 것을 나누는 승자는 없다.

이후 동반성장은 경제민주화로 옷을 갈아입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는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정치권에서 새로운 구호가 필요했을 뿐이다. 어찌 됐던, 오늘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은 경제민주화라는 틀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됐다.

산업화의 시작부터 대중소기업의 갈등은 늘 있었다. 그러나 성장은 모든 것을 덮고 갔다. 마침내 성장이 부진하자 갈등은 표출됐다. 우리 사회는 적어도 중소기업을 심정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기업을 통해 얻은 사회후생이 얼마나 큰지를 말이다. 저성장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또 미봉책으로 덮을 수 없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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