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ㆍ13총선 결과는 선거결과를 받아들 때 흔히 말하는 "민심은 현명했다"를 넘어선 것이었다. 현명했다기보다는 '오묘했다'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그 오묘함은 두 거대 정당과 함께 제3당을 당당히 정치권의 한 축으로 나란히 하게 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의미에서) 거의 유례없는 '3분 구도'로 만들어준 것에서도 비롯된다. 즉 우리 정치판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숫자 3이 이제야 구현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마치 대다수의 국민들이 오래 전부터 희구해왔으나 너무도 뒤늦게 실현되기라도 한 듯한 열광의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묻고 싶어진다. 3당체제는 과연 양당체제의 극복인가. 3당체제가 기존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라는 것, 그에 대한 반발로서의 결과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우리 정치사에서 진정한 양당제가 제대로 있기는 했었던가, 라는 의문이다.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우리 역사에서 양당제는- 역시 실질적인 의미에서- 거의 제대로 존재하지 못했다. 양당제라기보다는 일본 자민당체제와 같은 1.5당제에 가까웠다. 거대 여당에, 그와 대등한 파트너가 되지 못하는 야당(혹은 야당들)이 있었을 뿐이다.
3당체제 출현은 3당을 요청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균형의 복원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봤듯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팽창은 반드시 반작용을 부른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는 여당에 대한 징벌이면서 부수적으로 사실상 지역의 여당이었던 다수 야당에 대한 징벌이었다. 그 결과 한편으로는 전국적으로 양당체제, 특정 지역들에서의 양당 체제가 구현된 것이다.
다시 숫자 '3'으로 돌아가 보자. 변증법에서는 논리적 발전 과정을 정반합(正反合)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주장(正)에 대해 반대 주장(反)이 나오고, 그 정과 반이 한 차원 높은 데서 종합(合)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뭔가에 대해 반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종합은 단지 평균이나 절충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데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3당체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3당체제는 양당체제의 극복인 듯하지만 그 기반은 양당체제에 있다. 3당이 내놓을 해답도 단지 중간이나 절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인식과 실력이 있는지가 3당의 성공의 한 관건일 듯하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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