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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트렌드]뜬금없는 위치에 가정집같은 빈티지식당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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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변심 -세련되고 시끄러운 술집에 싫증…홍대족들, 후암·망원동 후미진 골목 습격

그림=오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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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직장인 백모(28)씨는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친구가 모임장소라고 보내준 것은 '서울 용산구 신흥로20길 00' 라는 달랑 주소 한 줄. 낯선 장소에 택시를 탄 백씨가 도착한 곳은 어느 주택가 골목이었다. 택시아저씨는 골목 골목을 들어왔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한참을 헤메다 도착한 곳은 후암동 경로당 옆,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앞이었다. 신촌,홍대,대학로 번화가 대형 프랜차이즈 술집을 찾던 청춘들이 후암동, 망원동 등 후미진 주택가 골목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믹스매치'의 매력=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더백푸드트럭은 활터골 경로당 옆에 위치해있다. 언덕이 진 골목길을 쭉 올라가면 세탁전문점, 약국, 미용실이 나오는 평범한 주택가다. 이 사이에 허름한 단독주택을 개조한 곳이 바로 더백푸드트럭이다. 후미진 위치에도 테이블은 만석이다. 손님 대부분 2-30대 젊은층들이다. 손님들은 이 곳의 매력으로 뜬금없는 위치와 자연스러움을 꼽는다. 대학생 박모(26)씨는 "대학가의 시끄럽고 뻔한 식당이나 술집은 지겨운데, 이렇게 주택들 사이에 있는 게 되게 특이하고 재밌다. 또 허름한 주택 인테리어도 빈티지하고 매력있다" 라고 말했다.
사진=후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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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백푸드트럭은 2층 가정집을 그대로 식당으로 꾸몄다. 서창백 더백푸드트럭 대표는 원래 푸드트럭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서 대표는 "트럭 안에서는 밑작업이 어려워서 작업실로 가게를 꾸미게 됐다"며 "옥상의 야경이 좋아서 단골들이 찾다가, 단골의 친구 등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옥상을 올라가려면 고개를 젖힌 채 비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손님들은 그것마저 하나의 문화로 즐긴다. 취업준비생인 이씨(32) 는 "뻔한 프랜차이즈 술집보다 조용하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야경도 볼 수 있어서 좋다"라고 전했다. 옥상에선 후암동,용산2가동 주택가의 야경이 보인다.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ㅈ식당 역시 뜬금없는 위치에 자리잡았다. 알려지고 싶지 않다는 가게 주인의 요청에 따라 상호명은 밝히지 않겠다. 창전동 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식당이 나온다. 자취방이 즐비할 것 같은 위치이지만 내부의 분위기는 세련됐다. 친구들과 조용히 저녁을 즐기기에 좋다. 손님들은 모던함을 이 집의 매력으로 꼽는다.
사진=원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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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분위기'가 전략=종로3가와 인사동을 지나 현대건설 뒤쪽으로 들어가면 고요한 원서동 주택가가 나온다. 골목을 쭉 들어가면 세탁소 정류장과 원서동 빨래터 가는 길 사이에 한 식당이 있다. 카페 란드리다. 한옥주택 그대로의 느낌을 살려 언뜻보면 그냥 가정집 같다. 작은 골목엔 과일과 야채를 파는 트럭도 다닌다.

원서동은 번화가의 음악소리,소음,화려한 불빛에 지친 이들이 많이 찾는다. 디자이너샵들과 동네책방, 카페들이 군데 군데 자리 잡은 이 곳은 너무 상업적이지도 않으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로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페 란드리 주인 권신홍씨는 원서동의 잔잔한 분위기에 빠져 이 곳에 식당을 차렸다. 그는 "원서동은 낯선 이에게 여유로운 마음과 시각을 준다. 자꾸 생각나고 머무르고 싶은 장소다"라고 말했다.

사진=권신홍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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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개량 한옥과 창덕궁 담 바로 옆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했다. 더 넓어 보이고, 더 세련되게 인테리어하고 싶은 욕심은 과감히 버리고 골목과, 작은 공간에 집중했다.

망원동 주오일식당 역시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있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쳐버리기 십상이다. 주오일식당은 동네밥집 같은 소박함으로 이미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나고 있다. 홍대,합정,상수동이 인기를 끌자 조용함을 찾아 망원동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아는 사람만 온다'는 특별함=사람이 많이 지나다녀야 장사가 잘된다는 공식은 이 곳에는 맞지 않는다.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이 골목길에 사람들이 어떻게 찾아서 올까. 카페 란드리 주인 권씨는 "젊은 손님들은 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오거나, 또 입소문으로 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나 번화가 맛집들과 달리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해 감성을 자극하기도 좋다. 직장인 백모(28)씨는 "뻔한 맛집들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느낌있다"며 "골목풍경과 함께 식당 전경을 찍어서 올리니까 운치있다"고 말했다.

사진=인스타그램으로 맛집 공유.

사진=인스타그램으로 맛집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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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찾아와야 하는만큼 맛은 보장돼야 한다. 더백푸드트럭은 트럭에서 파는 수제버거라는 컨셉으로 주재료를 모두 수제로 만들어 유명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카페 란드리는 추억의 음식인 '경양식 돈까스' 소스 맛을 재현해냈다. 커피는 주인이 직접 연구한 블렌딩으로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망원동 주오일식당은 이국적인 메뉴를 제공한다. 이집트나 이스라엘 지역음식 샥슈카를 판다.

◆"평범한 주택가였는데" 주민들 부담도=조용함을 찾아온 청춘들 때문에 주민들의 조용함이 사라지기도 한다. 후암동 더백푸드트럭의 경우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비닐천막을 설치했다. 서 대표는 "옥상에서 조금만 웃어도 밖에는 크게 들린다. 주민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비닐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원서동에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원서동 주택가서 만난 주민 서모(67)씨는 "요즘 부쩍 젊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한다"며 "아직까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더 시끄러워질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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