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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강국' 중국의 꿈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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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강해진 개, 기름기 적은 돼지 생산한 데 이어 인간배아 편집까지

'유전자 편집 강국' 중국의 꿈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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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뉴스는 중국이 오랫동안 유전체학 기술 축적에 심혈을 기울여왔다고 최근 소개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크리스퍼'라는 새로운 유전자 가위를 첨단화하는 데 투자했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로 일반 곰팡이 감염에 내성(耐性)이 있는 밀, 근육이 강해진 개, 살코기에 기름기가 적은 돼지를 생산해냈다.
중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은 관련 연구결과는 결국 현지 농업ㆍ의약 기업들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원한 연구 과제 가운데 질병에 내성을 갖춘 토마토, 유방암 치료제, 기름 함량을 높인 콩 개발도 포함된다.

중앙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한 연구진은 더 나아가 지난해 사상 처음 크리스퍼로 인간배아 편집에 나서 윤리적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공식적으로 '크리스퍼 카스9'이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 도구는 값이 싸고 정확도가 매우 높은 일종의 분자가위다. DNA 중 원치 않는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대신 바람직한 것으로 채워 넣는다.
크리스퍼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정확했던 고가의 유전자 편집 과정에 혁명을 몰고 왔다. 이로써 과학자ㆍ기업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유전자 편집 기술 상용화에 눈 돌리고 있다.

중국의 유전자 편집 기술 수준은 미국을 위협할 정도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의과대학 세포생물학과의 폴 뇌플러 부교수는 "크리스퍼 카스9 기술에서 미국과 중국이 각각 1ㆍ2위를 달리고 있다"며 "미국이 관련 논문, 크리스퍼 바이오테크 및 지적 재산에서 우세한 한편 중국은 크리스퍼로 편집한 동물을 많이 생산해냈다"고 평했다.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서 크리스퍼 기술의 효과가 더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세계 굴지의 제약업체들은 이를 유망한 도구로 간주하고 있다. 크리스퍼로 암에서부터 혈액질환에 이르기까지 많은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광저우 소재 중산(中山)대학의 연구진은 지난해 사상 처음 크리스퍼로 인간배아를 편집했다고 밝혔다. 혈액질환인 지중해빈혈을 일으키는 유전자 편집에 도전했던 것이다. 여기에 자금을 지원한 것이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와 국가중점기초연구발전계획이다.

중산대학 연구진은 연구에 사용된 인간배아가 '생존가능성이 없는' 배아였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산대학 측의 연구는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구진을 이끈 황쥔지우(黃軍就) 교수는 "크리스퍼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되기 전 좀더 많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에 투자한 중국의 민간기업은 극소수다. 선전 소재 진자(勁嘉)컬러프린팅그룹은 지난해 12월 중산대학에 300만위안(약 5억6600만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뱃갑 인쇄업체인 진자는 의료건강산업을 핵심 성장 분야로 간주하고 크리스퍼 기반 지중해빈혈 치료법 특허 확보에 힘쓰고 있다.

중국에서 크리스퍼 연구 자금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것이다. 화난(華南)간세포재생의학연구소의 라이량쉐(賴良學) 부소장은 "유전자 편집 기술에 투자하는 민간기업이 거의 없어 동물 연구든 식물 연구든 정부가 자금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 산하 기관인 국가자연과학기금은 적어도 42개 크리스퍼 관련 프로젝트에 2300만위안 이상을 지원했다. 이는 전년 대비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다 돌아온 과학자도 많다.

중국 과학기술부로부터 지원 받고 있는 라이 부소장은 크리스퍼를 생의학 분야에 적용하는 데 매진 중이다. 그는 유전자 편집 돼지로 인간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고 심지어 인간에게 이식가능한 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라이 부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비글이라는 견종의 근육성장 차단 유전자를 잘라냈다. 이렇게 편집된 비글은 강력한 근육 덕에 일반 비글보다 빨리 달리고 높이 점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경찰견ㆍ군견에게 적용할 경우 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크리스퍼 국제 특허가 인정될 경우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의 몇몇 연구소는 크리스퍼 카스9 기술 특허를 출원해놓은 상태다.

중국에서는 크리스퍼로 이미 새로운 산업 영역이 구축됐다. 중국은 외국 연구소와 제약사에 유전자 편집 동물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연구진은 농업 부문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 응용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본다. 병충해에 내성이 있는 곡물이나 더 나은 질의 육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 부소장은 "중국에서 크리스퍼 기술로 유전자 편집한 돼지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70만위안 정도"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이의 4~5배가 들어간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인건비 등 다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 동식물이 시장에 선보이려면 아직 멀었다.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 부소장은 "앞으로 유전자 편집 동식물이 인체에 무해한데다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게 검증되면 농업 부문은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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