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대형화된 지능형 사기 급증…車사고만 나면 드러눕는 도덕적 해이도 문제

[줄줄새는 보험금 막아라]환자·브로커·병원 '3인조'에 삐끗한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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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진단서·영수증 발급 나눠먹기
지난해 사기금액 6549억 역대 최대
정부, 특별법으로 보험사기 형량 강화
형사처벌과 '금융질서 문란자' 지정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사례 1. 암환자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에게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경기도 모 병원을 가면 가짜로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만들어 보험금을 타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병원에선 입ㆍ퇴원확인서까지도 허위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일고보니 B씨는 병원과 짜고 환자를 모은 '브로커'였다. 병원으로부터 환자 1명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이렇게 모인 가짜 환자는 모두 190명. 이들은 28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52억원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 병원관계자 14명은 과다진료와 사기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례 2. 서울서 C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병원 건물 안에 자세교정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D씨는 이 센터에서 운동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실손보험을 청구해 주겠다며 C병원 명의로 진료비영수증을 발급했다. C병원은 D씨가 의사의 명의를 빌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사무장병원이었다. 23개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 20억원과 요양급여금 23억원을 타낸 병원관계자 2명은 구속됐다.


보험사기가 점점 교묘해지고 조직화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통계 결과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6549억원으로 전년대비 9.2% 증가했다. 이는 금감원이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1인당 보험사기 평균 적발금액은 780만원으로 2014년에 비해 70만원 늘어났다.

최근엔 보험사기의 특징은 대형화와 조직화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브로커가 낀 팀이 만들어져 역할을 분담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이다. 마치 '조직'을 연상케한다. 특히 최근 자동차에 장착되는 블랙박스가 보편화되면서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는 줄고 대신 생명ㆍ장기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추세다.


보험사기 수법도 한층 진화하고 있다.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을 더 타내는 일명 '나일롱환자'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병원과 전문 브로커가 직접 개입하고 있다. 과거엔 여러 보험에 집중 가입한 후 보험사고를 유발하는 '단순한'수법의 보험사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고액보장성보험에 수년 전부터 여러 건 중복가입한 후 사고를 내 보험금을 챙기는 지능형 범죄가 늘고 있다. 해외까지 나가 보험사고를 조작하는 '글로벌 보험사기단'이 적발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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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기방지특별법 9월부터 시행=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내용은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에서 분리해 별도의 범죄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이고 보험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특별법 제정으로 형법상 보험사기죄의 형량 기준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됐다. 동시에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의 행위에 대해 보험사기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으면 금융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게 됐다. 또 보험사는 보험사기 의심 건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기관은 이와함께 적정성 심사가 필요할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그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


보험사기범들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된다.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되면 각종 금융거래를 할 때 해당 사실이 조회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 한가지. 보험사가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늦추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특별법은 이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보험사가 특별한 사유없이 보험금 지급을 지체하거나 거절, 삭감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보험업계는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보험사기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처벌이 강화되면서 보험사기가 사전에 방지되고 인식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사기로 인한 새나가는 돈을 막는 것이 선량한 다수의 보험가입자를 보호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후속조치로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또 '나일롱 환자'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과 심평원, 건강보험공단 등 보험범죄조사 유관기관과 원활한 업무협조 체계도 구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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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방지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험사기로 줄줄 새는 보험금은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 대책반'을 운영하는 이유다. 대책반은 검ㆍ경찰과 국토부, 금감원, 심평원, 생ㆍ손보협회 등 7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의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일단 차 사고가 나면 드러눕는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입원하고 본다"는 식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언제든 보험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ㆍ문화적 토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험사기가 불법적이며 위험하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보험사기는 달콤한 유혹이 아니라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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