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9일 30대 그룹 투자계획에 채용 계획이 빠진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전경련은 매년 3월 자산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그해 투자와 채용계획을 함께 발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투자계획만 내놨다. 표면적인 이유는 30대 그룹을 모두 취합하지 못해서다. 속사정은 다르다. 각 그룹마다 신규채용 등의 채용계획을 정하지 못했고 채용 규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상위권 그룹에서 채용계획을 밝히기를 꺼려해서다.
고용노동부가 30대 그룹 가운데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한 21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채용 규모는 6만5092명으로 지난해(6만4677명)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1개 그룹 중 13개 그룹이 채용 규모를 확대키로 한 반면 6개 그룹은 축소했다. 9개 그룹은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는데 이들 상당수가 채용 규모가 큰 상위권 그룹으로 알려졌다.
고용 없는 투자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30대 그룹 투자는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채용은 2013년을 정점으로 꺾이는 추세다. 계획 기준으로는 2010년 11만명, 2011년 13만1000명, 2012년에는 13만3000명, 2013년에는 14만4501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4년 12만9989명으로 전년 대비 10% 줄더니 2015년에는 6% 줄어든 12만1801명으로 집계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의 신규채용이 줄어드는 고용절벽을 극복하려면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경기상황에 맞게 인력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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