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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봄날의 청춘]③ '폐기 도시락' 먹는 편의점 알바 "내 유통기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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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정동훈 수습기자, 이민우 수습기자]"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에 '폐기 도시락'을 먹다보면 괜스레 '내 유통기한도 끝나 버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취업을 준비하면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모씨는 "그래도 나중에 추억거리로 삼을 수 있게 '잘 살아보자'는 오기도 생긴다"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폐기'는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도시락ㆍ샌드위치ㆍ삼각김밥 등을 이르는 말로, 아르바이트생 사이의 은어다. 대부분 용돈 1,2만원이 궁해서 시작한 일이기에 폐기로 끼니를 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취업 준비로 대학생활을 모두 소진하는 젊은이들에게 짬짬이 하는 아르바이트는 온 몸으로 체감하는 시린 기억이 되고 있다. 특히 골목 곳곳에 들어선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고된 막노동과 감정노동이 겹친 일터로 꼽힌다.

"계산이요!" 지난달 27일 밤 10시 서울 마포구의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모(27)씨는 손님의 부름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물품정리를 하던 중이었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밤 9시부터 근무를 시작했지만 이날 이씨는 새벽 2시가 훌쩍 지나고도 쉴 틈은 없었다. 히터를 틀어 따뜻해진 매장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느라 이씨가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는 이내 축축해졌다.
'야간에는 공부할 시간도 있다'는 말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근무시간에 공부하기는 녹록치 않았다. 그는 "새벽 2시부터 6시까지는 손님도 거의 없고 할 일도 없기 때문에 3~4시간 정도 여유가 있지만 졸음을 쫓기 바쁜 시간대"라고 했다. 이달 중순 토익 시험을 본다는 이씨는 이날 가져온 '토익 기출문제집'을 한번도 펼쳐보지 못했다.

전국의 편의점 개수는 2만6000여개에 달한다. 골목 귀퉁이마다 들어선 편의점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물품판매와 정리 외에도 피자도 굽고, 치킨도 요리해야 한다. 택배보관, 배터리 충전 업무도 있다. '알뜰폰'도 판다. '편의점 서바이벌' 최전선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서 있는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또다른 고충은 '진상손님'으로 인한 감정노동이다. 취업준비생 조모(28)씨는 주간에만 편의점에서 일한다. 그는 "업무보다 사람을 대하는 게 힘들다"며 "거스름 돈을 받으면서 손을 잡고 놓지 않는 손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정모(24)씨는 "야간근무는 취객과의 전쟁에 가깝다"며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었고 계산을 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거나 누워서 자는 손님까지 봤다"고 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이민우 수습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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