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텍 르포②

지난해 인구 8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62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고령인구는 여가활동시간으로 하루 중 7시간16분을 사용하며 5년 전에 비해 7분 정도 증가했다. 노인들이 여가 생활을 위해 방문하는 곳 중 하나인 '성인 콜라텍'을 집중 취재해봤다.


"언니들 춤출껴?" 10분만에 쇄도하는 대시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부애리 기자] 콜라텍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자 문지기 아저씨가 "젊은이들이 여긴 웬일이야?"라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놀러왔어요"라고 대답하며 1000원짜리를 한 장을 내밀자 흔쾌히 입장을 허락받았다.


800평 커다란 홀에 들어서자 걸그룹 인기를 방불케하는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이 곳에선 찾기 드문 젊은이들의 등장에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일제히 쏠렸다. 정오를 갓 넘긴 시각, 이미 콜라텍은 사람들로 붐볐다.

자연스러운 척하며 소파에 앉아있자 짝 도우미가 다가오더니 다정하게 묻는다. "언니들은 어떻게 왔어? 춤 출거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고 답하자 "알았어 좀 이따가 올게"라며 쿨하게 떠난다. 눈치를 보니 짝 도우미가 파트너를 정해주는 분위기다. 도우미가 손을 잡아끌면 자연스럽게 짝이 맺어진다. 무대로 나가 인사를 하고 함께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춤을 추지 않을 때는 양쪽 벽에 붙어있는 소파에 앉아 있는다.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다음 파트너를 기다리기도 한다. 옆에 앉은 한 아주머니가 말한다. "춤 안 출거면 왜 왔어 여기? 춤 그거 아무 것도 아니야~"


10여분이 흘렀을까. 적극적인 대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앉아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누군가 손을 내민다. 나중에 알고보니 손을 내미는 것이 춤을 청한다는 암묵적인 신호였다.


방황하는 기자의 눈빛이 읽혔는지 "여기는 원래 나이 안 따지는 거야. 위아래 없이 같이 춤추고 놀면 돼. 춤 좀 춰봤어?"라는 말이 돌아왔다.


콜라텍 라이브 무대 사진.

콜라텍 라이브 무대 사진.

원본보기 아이콘


몇 번의 거절 끝에 이번엔 못이기는 척 스테이지로 따라 나섰다. 파트너와 손을 맞잡고 리듬에 몸을 맡기면 된단다. 구경할 땐 간단한 동작처럼 보이더니 스텝을 밟는 것이 영 어색하기만 하다. 어느 타이밍에 턴을 해야 할 지도 헷갈린다. 이미 짝을 이룬 노인들의 화려한 스텝이 한창이다.


한 곡이 끝나자 파트너는 매점을 가리켰다. 매점엔 커피부터 쌍화차, 청량음료까지 다양한 마실 것들이 구비돼있었다. 2000원짜리 요구르트를 들고 전망 좋은 창가자리에 앉았다. 시끄러운 무도장과 달리 조용해 이야기 나누기 딱이었다.


10여년 동안 종로구에 있는 콜라텍 국일관에 놀러온다는 70대 파트너 A씨는 "여기서 만난 여자친구랑 7년 사귀었는데, 몇 달 전에 헤어졌어. 춤이 잘 맞고 말 좀 통하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거지"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내가 늙긴했지만 난 쭈글쭈글 늙은 사람은 싫어. 이왕이면 젊은 마인드로 사는 노인네들이 좋지. 가끔 40~50 대들이랑 춤을 맞추기도 하지"라며 으쓱해했다. 기자에게도 가끔 밥 한 번 사주겠다며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나 이내 집에 있는 아내가 걱정된다며 A씨는 자리를 떴다.

AD

얼마나 흘렀을까 콜라텍의 절정으로 치닫는 오후 2시가 되자 무대엔 서서 노래 부르는 가수가 등장한다. 이곳의 가수들은 대부분 앉아서 전자오르간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케하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화려한 조명 밑에서 백발 청춘들의 스텝은 계속됐다.


짐을 찾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자 아까 만났던 문지기 아저씨가 천원짜리 수백장을 정리하며 묻는다. "재밌게 놀았어? 우린 다 이러고 놀아 늙은이들이 갈 데가 어딨겠어. 또 한 번 놀러와"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