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정현진 기자]"ISA에 들어갈 상품이 아직 하나도 나오질 않아서 설명드릴 수 있는게 없습니다. 일단 사전예약 등록을 하시면 상품안내는 14일 ISA 출시 이후에 도와드리겠습니다."
3일 서울 명동의 한 은행 지점 창구. 대기시간 30분을 기다려 받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상담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주변에 있는 대형은행들의 지점을 돌아가며 방문했지만 ISA 상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오는 14일 출시를 앞둔 ISA에 들어갈 금융상품은 단 한개도 없었다.
은행 창구 직원들도 설명할 상품이 없어 곤란한 입장이었다. 우리은행 직원은 "다른 지점 직원은 물론 나도 실체를 모르는 ISA 상품 가입신청서를 고객으로부터 받고있다"며 "ISA에 어떤 상품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고객들이 출시 당일 가져올 서류 등도 달라지는데 본사로부터 상품이 전달된 사항이 하나도 없다보니 고객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창구에도 ISA 상품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창구 직원들은 "상품이 아직 나온게 없다"며 "상품이 나오는 대로 연락 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KEB하나은행 직원은 "불완전판매를 막겠다고 당국에서 점검한다고 하는데 상품이 있어야 불완전판매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실체가 없어 나도 모르고 고객도 모르는 상품에 사전 예약을 받으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확정된 출시일에 쫓기듯이 상품을 내놔야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3월14일이라는 출시일이 당국에서 통보받듯 받다보니 이 시일에 맞춰 상품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상품을 먼저 개발하고 출시하는게 아니라 당국 날짜가 먼저 나와 거기에 은행들 모두 부랴부랴 맞추는 모양새라 제대로 된 상품이 나올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판매할 상품은 전혀 없지만 사전예약을 받기 위한 '경품'은 다양하게 존재했다. 은행 창구 직원에게 사전예약을 위한 신분증과 연락처를 알려주면 바로 경품 안내 팜플렛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직원은 "11일까지 사전예약을 하신 고객분들 중 5월말까지 ISA 가입을 마친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이벤트를 진행중"이라며 "일단 경품 이벤트 대상이 되기 위해 사전예약을 받는 고객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자동차, 로봇청소기, 백화점 상품권 등 경품을 나눠주는 가입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KB국민·하나·신한·NH농협·우리 등 5대 은행들이 내건 ISA 경품 규모는 총 1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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