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아픔 다룬 '아들이 있는 풍경' 출간
책은 미국에 사는 86세 할머니가 47년간 생이별했던 북한의 큰아들을 만나러 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혜리는 1997년 자신의 외할머니가 외삼촌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해 그 과정을 생생한 문체로 되살렸다.
책 출간에 맞춰 방한한 이씨는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언론인터뷰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한국에서 책이 출간되길 간절히 빌었는데 14년 만에 그 꿈이 이뤄졌다.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책은 이미 10여년 전 한국 출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반한다', '경제가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며 번번이 출간을 미뤘다. 그러던 중 책에 감명받았던 노은미 한림대 교수가 직접 출판사를 찾아 출간을 의뢰했고, 책은 14년 만에 한국에서 빛을 보게 됐다. 노 교수는 책을 직접 번역하기도 했다. 이씨는 "책을 처음 쓸 때보다 북한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제 책이 북한의상황을 다시 상기시켰으면 한다. 북한의 독재와 그 치하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명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책은 미국에서도 출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출판사들은 '과연 독자들이 북한에 대해 알고 싶어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한 작은 출판사가 '한번 도박을 해보자'며 책을 출간했고, 책은 방송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때만 해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어요, 사람들은 제 책을 읽고도 북한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죠.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어요. 아주 끔찍하고, 비극적이었으니까요."
책에는 중국을 통해 탈북에 성공한 그의 가족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 이 중에는 탈북자 1호 박사로 유명한 이애란 경인여대 겸임교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혜리의 사촌 언니다. 그는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사람들이 저에게 왜 자꾸 북한 이야기를 하냐고 물으면 저는 그 안에 제 소울(영혼)이 있다고 답하죠. 반이나마 한국인인 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이야기를 계속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씨는 UCLA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MTV에서 작가, 사회자, 스타일리스트 등으로 일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번에 함께 방한한 남편 켄 목은 다음 주 개봉하는 영화 '조이'와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넥스트 톱모델'의 프로듀서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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