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이혜리 "나의 사명은 북한주민 참상 알리는 일"

이산가족 아픔 다룬 '아들이 있는 풍경' 출간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재미 소설가 이혜리(51)씨가 쓴 에세이 '아들이 있는 풍경'(디오네ㆍ영문명 In the Absence of Sun)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책은 미국에 사는 86세 할머니가 47년간 생이별했던 북한의 큰아들을 만나러 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혜리는 1997년 자신의 외할머니가 외삼촌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해 그 과정을 생생한 문체로 되살렸다. 지난 2002년 출간된 책은 탈북자의 현실을 처음 미국에 알려 큰 주목을 받았다. 이씨는 책 출간 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와 이산가족의 고통과 탈북자의 현실을 알렸고, CNNㆍNBCㆍ나이트라인ㆍ투데이쇼 등 TV 뉴스에도 출연했다. 또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초청으로 이민법 관련 청문회에서 '탈북민의 현실'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책 출간에 맞춰 방한한 이씨는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언론인터뷰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한국에서 책이 출간되길 간절히 빌었는데 14년 만에 그 꿈이 이뤄졌다.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책은 이미 10여년 전 한국 출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반한다', '경제가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며 번번이 출간을 미뤘다. 그러던 중 책에 감명받았던 노은미 한림대 교수가 직접 출판사를 찾아 출간을 의뢰했고, 책은 14년 만에 한국에서 빛을 보게 됐다. 노 교수는 책을 직접 번역하기도 했다. 이씨는 "책을 처음 쓸 때보다 북한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제 책이 북한의상황을 다시 상기시켰으면 한다. 북한의 독재와 그 치하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명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소설 '할머니가 있는 풍경'(영문명 Still Life with Rice)으로 세간의 이목을 끈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있는 풍경'의 주인공은 역시 그의 외할머니다.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외할머니가 겪었던 피난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했다. 이씨는 "첫 번째 책은 저와 제 가족의 역사를 알고 싶어서 썼다"며 "이번 책은 우리가 구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을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그리면서 큰 압박을 느꼈다"며 "스트레스가 너무 커 자지도, 먹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책은 미국에서도 출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출판사들은 '과연 독자들이 북한에 대해 알고 싶어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한 작은 출판사가 '한번 도박을 해보자'며 책을 출간했고, 책은 방송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때만 해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어요, 사람들은 제 책을 읽고도 북한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죠.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어요. 아주 끔찍하고, 비극적이었으니까요."

책에는 중국을 통해 탈북에 성공한 그의 가족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 이 중에는 탈북자 1호 박사로 유명한 이애란 경인여대 겸임교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혜리의 사촌 언니다. 그는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사람들이 저에게 왜 자꾸 북한 이야기를 하냐고 물으면 저는 그 안에 제 소울(영혼)이 있다고 답하죠. 반이나마 한국인인 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이야기를 계속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씨는 UCLA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MTV에서 작가, 사회자, 스타일리스트 등으로 일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번에 함께 방한한 남편 켄 목은 다음 주 개봉하는 영화 '조이'와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넥스트 톱모델'의 프로듀서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