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직장인 나영식(35ㆍ용인 죽전동)씨는 오전 7시쯤 패스트푸드점에 들려 '맥모닝'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은 동료들과 함께 근처 음식점을 찾는다. 평일 저녁, 거래처 접대가 없는 날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도 바깥에서 해결한다. 아파트 단지 앞 '외식타운'에 가면 숯불갈비, 오리고기, 칼국수, 파스타, 인도음식까지 없는 메뉴가 없다. 맞벌이를 하는 나씨의 아내는 사무실로 배달되는 샐러드도시락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갓 돌을 지난 딸아이는 매일 새벽 B사에서 배달해 오는 이유식을 종류별로 하루 3번 먹는다. 아이를 돌보느라 예전만큼 집안살림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장모님댁 냉장고에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반조리식품 3~4가지가 항상 채워져 있다.
자취하는 대학생들은 역세권 만큼 '맥세권(맥도널드 매장이 가까운 동네)'을 선호한다. 중ㆍ고등학생들로 붐비는 학원가 빌딩 1층에는 어김 없이 '맘스터치', '봉구스버거' 등이 들어선다. 학교급식을 먹어도 배가 고픈 학생들은 학원 앞에서 또 적당한 한끼를 추가한다.
이 같은 다양한 외식문화는 1~2인가구가 늘어나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우리사회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혼자 사는 싱글들을 위해 외식 산업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편의점표 도시락이나 즉석식품은 기본이다. 1인용 테이블이 놓인 식당, 값 비싼 '투뿔(++) 한우'를 숯불에 구워가며 나홀로 음미할 수 있는 '솔로전용 고깃집'까지 혼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지천에 널려 있다.
◆'미식 노마드(유목민)'의 등장= 맛집을 찾는 열풍은 불황 속에서도 꺾일 줄 모른다. 방송에 소개되거나 SNS에서 유명세를 탄 음식점은 평일에도 한참을 줄서야 맛볼 수 있을 정도다.
맛집을 찾아 시ㆍ도를 넘나드는 먼 지역까지 '투어(여행)'하는 미식가들도 늘고 있다. 이른바 '미식 노마드'로 불리는 이들의 등장으로 파생 효과가 발생한다. 맛집을 들리면 식사를 하기 전에 잘 차려진 상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미식 노마드들의 기본 수칙이다.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또 이 맛집을 찾기 때문이다.
집밥 열풍의 영향으로 집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유행이 불었지만 이 또한 '덜 번거로운' 쪽으로 변신중이다. 각종 식재료가 모두 손질돼 있고, 양념이나 소스까지 완비됐다. 집에서 끓이기만 하면 식사가 완성되는 마트 상품들로 '외식'과 '집밥'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불황의 여파로 외식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치품을 구입하는데 목돈을 쓰지 못하다 보니 적은 돈으로 그나마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외식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외식은 '밥'에 국한되지 않고 밥 한그릇보다 더 비싼 커피나 케이크, 빙수 등의 '디저트'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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