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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경제의 예측가능성과 정책의 일관성

최종수정 2020.02.01 23:00 기사입력 2016.0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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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경제나 경제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다. 경제가 나쁘더라도 예측이 가능하면 기업이나 가계가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생존이 유리하다. 규제가 강하더라도 일관성이 있다면 기업들은 적응하고 사업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선진국 중 금융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한 나라는 미국일 것이다. 금산분리가 엄격해 자본의 성격이 불분명하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이다. 미국 감독당국은 론스타의 자본 성격을 문제 삼아 외환은행의 미국 내 현지법인과 지점의 은행업을 취소했다. 또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도 엄격하다. 이에 비해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영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금융산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가 미국이고, 세계를 주도하는 국제금융의 중심지는 뉴욕이다.
한국은 경제의 예측가능성, 정책의 일관성이 낮아 기업이나 가계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부총리와 대통령의 발표 자료를 보면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려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한편에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로 높은 수준이고, 한국경제의 성장전략과 성장 결과가 G20에서 1~2위로 평가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 경제가 아주 좋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한편에선 침몰 직전의 세월호에 빗대어 지금이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아주 짧은 순간 즉, 골든타임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장 몇 가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15위 경제 규모이고, 세계 20개 경제 대국 중 경제성과가 아주 좋다고 하는데 법안 몇 개 때문에 경제가 바로 망가진다는 것은 어딘가 좀 이상하다. 여기에다 한국은행 등의 경제 전망치는 수시로 바뀌고 잘 맞지도 않는다. 정치적 고려 때문인지 실력부족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경제전망 자료의 신뢰성이 너무 떨어진다. 불확실한 한국 경제를 각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다음으로 정부의 경제정책도 일관성이 없이 오락가락하여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취득세 인하,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을 통해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을 부추기다가 금년부터 원리금 동시상환 등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자기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의 부담이 클 것이다.
또 호기 있게 정년을 연장했다가 청년실업 증가 등 부작용이 커지자 갑자기 거꾸로 가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강제적 실시와 저 성과자의 해고허용 등을 통해 고용안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정년 연장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할 것이다. 기업의 경우 법인세 인하와 투자세액 공제 등을 통해 장기간 투자확대를 지원했으나 세계적인 경기위축에 부닥치게 되었다. 원샷법이라 불리는 기업활력제고법 제정을 통해 과잉투자와 과잉공급의 손쉬운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믿고 무분별하게 투자를 늘려온 기업의 어려움이 클 것이다.

세계 경제가 고성장에서 저성장 기조로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1970~1980년대에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고성장을 이루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성장으로 전환되는 속도도 너무 빨라 불확실성이 더 크고 경제주체들이 적응하기 힘들다. 정책의 일관성과 경제의 예측가능성이라도 높여보자. 불확실성이 줄면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이 많이 줄어들 뿐 아니라 소비ㆍ투자 등의 경제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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