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베트남의 최근 경제성장은 눈여겨 볼만하다.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68%에 달했다. 2006∼2010년 평균은 6,3%이었고, 2016년에도 6.7%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엔 중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투자 확대와 제조업 호황이 주요 원동력이다. 아직은 월평균 임금이 197달러로 중국(613달러)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저렴한 임금이 장점이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이미 임금이 오를 대로 오르자 짐을 싸서 베트남으로 향하는 이유다. 그러나 베트남의 장점은 단순한 저임금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구 8000만명의 거대시장에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큰 장점이 있다. 정치적으로 동남아 지역의 맹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20여년 전 중국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하노이에 휴대전화 해외기지를 구축해 휴대전화의 40%를 생산하면서 베트남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등 국내 대기업들의 진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략적 선택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흔히 말하는 저임금, 시장규모의 잣대만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자신들만의 중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과 물가안정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베트남도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면서 물가상승으로 몸살을 앓았던 적도 있었으나 곧 바로 안정시책을 취함으로써 중심을 잡았다. 2006∼2010년 기간 중 11%에 달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2년 9%, 2013년 6.6%, 2014년 4.3%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 특유의 인내심을 발휘해 성장과 안정을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해도 무방할 듯하다.
베트남 경제의 이러한 안정감은 최근 들어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다른 동남아 국가들이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베트남이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이 두 자릿수의 고도성장을 질주해 오다가 2014년 성장률이 7.6%, 2015년 7% 이하로 급락하면서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의 기세라면 10여년 뒤 베트남의 모습은 상전벽해가 되어 있을 게 확실하다. 1970년 한국의 모습처럼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여건 하에서 TPP가입을 계기로 국가가 수출주도형 경제로 이행하는 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한다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부상이 제조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으로선 단순한 생산기지 차원을 넘어서 베트남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최성범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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