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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대중소기업의 공생과 '선제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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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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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342만여개 사업체가 있다. 99.9%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0.1%인 3130개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을 경제의 중심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13년 4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의 부가가치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0%다. 50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국내총생산의 55.2%다. 대기업이 경제의 중심이다. 중소기업은 절대다수일 뿐이다.
대기업을 우리 몸에 비유하면 심장이다. 심장의 무게는 250~350g이다. 몸무게 70㎏인 사람의 심장의 비중은 커봐야 200분의 1이다. 0.5%도 안 된다. 이런 심장이 멎으면 경제성장의 동력이 멈추는 꼴이다. 대기업이 기침하면 한국경제가 감기에 걸리는 이유다.

심장과 혈관은 공생관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만약 중소기업이 없었다면, 만약 대기업이 없었다면 오늘날 서로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피를 생산하고 심장과 이를 운반하는 혈관처럼 말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만들었다. 대기업은 부품으로 최종재를 만들어 해외시장에 팔았다.

대기업이 수출을 통해 창출한 부가가치는 심장에서 만들어진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듯 우리 몸 곳곳에 전달됐다. 대기업의 이익은 납품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분배됐다. 이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낙수효과라 한다. 대기업이 흥하면 중소기업도 흥하는 구조다.
마지막 이득은 대기업이 챙긴다. 중소기업 근로자나 장사를 하는 소상인은 모두 대기업의 고객이다. 대기업이 만든 자동차와 휴대전화, 전자제품을 구매한다. 심장이 만든 피가 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다시 대기업에 돌아간다. 이러한 소득분배는 낙수효과보다 경제순환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요즘 동맥경화가 생겼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입이다. 재벌 경영에 2세, 3세의 등장이 잦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경영능력은 매출과 관련이 있다. 매출을 올리려면 사업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빵도 굽고 커피도 끓여야 한다. 아버지 세대의 '창업보국' 정신은 이미 사라졌다.

뭐라 할 수 없다. 대기업의 시장진입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대규모 투자로 품질을 높인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춘다. 그러나 대기업의 시장진입으로 대부분 소상인은 사업을 접는다. 고령화 여파로 생계형 창업이 느는데도 말이다. 장사하지 못하면 대부분 빈곤층 또는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다. 자연스레 복지의 대상이 된다. 정부는 실업수당을 주고 기술 훈련과 일자리를 소개한다. 이를 흔히 '생산적 복지'라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이 그러하듯 역할의 균형이 깨지면 아프게 마련이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심장은 멈춘다. 대기업은 결국 소비자를 잃는 꼴이다. 병원이라도 가게 되면 비용이 발생한다. 병원비는 실업수당이고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한다. 국민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대기업, 중소기업, 국민, 정부 모두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비용 측면에서 소상인 보호보다 실업수당 지급이 더 낫다. 소상인은 일반적으로 경제주체와 가계로서 그 역할이 있다. 소상인은 이윤창출형보다 생계유지형이다. 생계유지가 어려우면 경제순환은 깨진다. 시장과 정부가 소상인을 보호함으로써 복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는 '선제적 복지'가 필요하다. '생산적 복지'보다 '선제적 복지'가 더 효과적이다. 실업자가 된 후 겪게 되는 정신적 박탈감과 상대적 소외감을 사전에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영역에서 공생하면서 대한민국이 건강해지길 기대한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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