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면 주부들의 하소연이 길어진다. ‘모든 게 다 오르는데 왜! 남편 월급과 우리 아이 성적은 오르지 않는 걸까?’를 시작으로 가벼운 주머니로 올해 명절은 또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또 명절 음식은 어떻게 준비하고 명절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누구에게도 해결책 없지만 명절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하소연이다.
며느리로서 첫 명절의 시련은 꼬막과의 전쟁이었다. 지금은 시어머니께 배워 꼬막 손질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땐 꼬막이란 조개를 처음 보았다. 입이 한두 개쯤 열린 꼬막을 한 바구니 건네주시며 껍데기를 까놓으라는 첫 번째 미션을 주시고 시어머니는 시장에 가셨다.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했지만 조개는 가열하면 모두 입을 열고 입을 열지 않는 조개는 상했거나 속이 비었다고 식품학 책에서 배웠을 뿐! 입이 벌어지지 않은 조개껍데기를 벗기는 방법은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 지금이라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쉽게 그 방법을 찾아냈겠지만 그땐 홀로 남겨진 집에서 해결한 방법이 없었다.
시어머니는 남은 꼬막을 숟가락 하나로 순식간에 껍데기를 제거하셨다. 쉬운 방법을 미리 알려주시지 않은 시어머니도 원망스럽고 손톱도 다 깨져 버렸으니 꼬막도 원망스러웠다. 이런 기억이 있다면 꼬막을 먹지 않아야 자연스러운 스토리가 되지만 그때 맛보았던 꼬막은 그전까지 먹었던 조개들의 맛과는 특별히 다른 맛이었다. 지금까지도 시어머니가 삶아 양념해 주시는 꼬막요리는 맛있다. 요리하는 일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명절음식 만큼은 아직도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들이 신의 한 수처럼 맛있다. 아직 전수받지 못한 어머니들의 요리가 있으니 부지런히, 잘 전수받아야겠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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