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수현 실화 다큐멘터리 '가케하시', 26일 중간시사회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한국인 이수현씨가 일본 유학 중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지 26일로 15년이 됐다. 사고 현장인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JR신오쿠보역에 마련된 추모판에는 이씨의 죽음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또 양국의 우호를 위해 활동하고자 했던 고인의 꿈을 담은 영화도 이날 공개됐다.
영화는 타인을 도우려다 목숨을 잃은 이씨의 사연과 일본어학교에서 공부하는 각국 유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소재로 했다. 일본어를 공부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통역활동을 하겠다고 꿈꾸던 이씨가 일본인을 구하려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사건을 이씨 부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소개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성대(79)씨는 "갑자기 온 연락에 뭔가 큰 사고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어머니 신윤찬(67)씨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여만 했다"고 눈물로 털어놨다.
고인이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 했던 것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유학생들도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꿈을 안고 공부한다. 유학 생활 중 교통사고를 당한 학생, 새벽부터 아르바이트하며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 몇 년 뒤 한국 또는 일본 국적을 택해야 하는 국제결혼 가정의 학생 등 고인이 못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 유학생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시사회에는 이씨의 부모 외에 국제교류기금 간사이지역센터가 주최하는 '이수현씨 기념 한국 청소년 방일 연수'에 참가해 일본에 온 한국 고교생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씨의 부모는 시사회에 앞서 JR신오쿠보역을 찾아 고교생과 함께 헌화 묵념한 뒤 사고가 난 플랫폼 인근을 둘러봤다. 어머니 신씨는 "아이(이수현)는 갔지만, 그 꿈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해주셨다"며 장학회 측과 아들을 기억하는 일본인들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고려대 재학 중 일본으로 유학을 간 이씨는 만 26세이던 2001년 1월26일 JR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고 세키네 시로(당시 47)씨와 함께 선로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씨를 포함한 세 명은 모두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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