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주주보다 직원이 행복해하는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에회장의 리더십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기업인이라면 주주를 만족시키기 전 근로자부터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독실한 불교도로 일본 전기 부품 제조업체 교세라를 창업한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1984년 통신업체 다이니덴덴(第二電電·현 KDDI)을 창업해 현재 가치 640억달러(약 75조3600억원) 규모로 일궈냈다. 2010년 일본항공(JAL)이 파산한 뒤 정부의 요청에 따라 JAL 회장으로 취임했다.
세 명의 측근만 데리고 JAL에 투입된 그는 회장 취임 13개월 뒤 JAL을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보수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 JAL은 2012년 9월 19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재상장됐다. 그리고 이나모리 회장은 당초 계획대로 2013년 3월 19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교세라에 복귀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내세우는 경영철학의 요점은 "달걀을 원하면 암탉을 잘 보살피라"는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직원들의 정신 상태를 바꿔놓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모든 직원에게는 조그만 책자를 나눠준다. 책자에는 그의 경영철학이 간단히 적혀 있다. 옳은 일을 하되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내용도 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에 따르면 지도자는 조직을 이끌고 중간관리자는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보스라면 부하 직원들을 대의명분으로 이끌며 이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는 리더십과 관련해 이른바 '아메바 경영'을 강조한다. 경영인이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만으로는 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회사가 점차 커져 인력이 수천명, 수만명에 이르면 경영자 혼자 모든 것을 살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기업 조직을 아메바라는 소단위로 나눈 뒤 각 아메바에 책임자를 두고 그에게 책임은 물론 권한까지 부여하는 경영 기법이 아메바 경영이다.
각 아메바 단위는 자체 계획과 목표를 스스로 정한다. 회계도 아메바별로 이뤄진다. 이로써 각 아메바는 자체의 생산성, 강점, 사업 필요성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 이는 리더십·관리·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으로 오늘날 300개 이상의 기업이 채택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자기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교세라가 급성장해 몸집이 비대해지자 경영이라는 무거운 책임, 일하면서 갖게 되는 기쁨과 슬픔까지 공유할 수 있는 사업 동반자가 절실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기업 전체를 아메바라는 작고 체계적인 단위로 나누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능력을 갖춘 지도자, 다시 말해 그의 사업 동반자가 많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투자자를 기쁘게 만드는 일보다 인력과 경영 시스템 관리에 더 신경 쓴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일을 더 잘하게 되고 이로써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이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게 마련이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기업의 리더라면 모든 직원이 물심양면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리더는 이를 목표로 삼아야지 주주를 위해 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립 가고시마(鹿兒島) 대학 공학부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쇼후(松風)공업에 입사했다. 교세라를 창업한 것은 1959년이다. 교세라는 그로부터 10년 뒤 주식시장에 상장되고 파인세라믹 기술로 성장해 나아갔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다이니덴덴 창립 원년인 1984년 재단법인 이나모리재단을 설립하고 교토(京都)상도 만들었다. 교토상은 첨단기술, 기초과학, 사상·예술 부문에 기여한 바가 큰 인물에게 주어진다. 1998년에는 한국 태생의 전위예술가 백남준이 이를 수상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부인은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1950년대 부산에서 활동한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4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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