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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기부천사 이분, 뒤에서는 '조세회피'

최종수정 2016.02.12 14:27 기사입력 2016.01.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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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들의 두 얼굴…검은 이면 보고서
페북, 세율 0% 케이맨제도 이용
인권 내건 자라, 하청업체 노동착취
다수 대중, 재벌 비리에 무감각
권력·횡포에 적극적 싸워나가야


[최대열의 體讀]기부천사 이분, 뒤에서는 '조세회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페이스북이라는 회사는 범접하기 힘든 경지에 올랐다. 3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은 물론 충성도 높은 사용자가 일으키는 팬덤 현상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회사를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며 50조원이 넘는 주식을 기부키로 해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한 아우라마저 풍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그간 보여온 조금 다른 행보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치밀하게 세금을 아끼는 방식이나 개인정보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 버는 수익을 모아놓는 페이스북 아일랜드 유한회사는 2012년 세금으로 520만유로, 우리돈으로 80억원이 채 안 되는 돈을 냈다. 아일랜드의 회사가 다른 페이스북 회사에 상당히 많은 돈을 지불해 공식적으로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다른 자회사 한곳은 케이맨제도에 있는데 이곳은 세율이 0%다.

저커버그가 한 "그들은 나를 믿어, 바보 얼간이들"이라는 말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맹목적으로 개인정보 관리를 내맡기는 데 대한 경종과 다름없다. 그들은 페이스북 사용자, 나는 페이스북 혹은 저커버그 자신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긴밀히 협력한다는 사실도 폭로됐지만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최대열의 體讀]기부천사 이분, 뒤에서는 '조세회피'

글로벌 기업의 숨기고 싶은 이면은 비단 페이스북만의 얘기는 아니다. SPA브랜드 자라를 운영하는 인디텍스는 "인권과 노동을 존중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으나 하청업체의 노동착취, 유해물질 사용, 조세회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그룹 디즈니의 중국 하청업체 중 한 곳은 30시간을 휴식 없이 일하며 커다란 침실에서 쥐ㆍ벌레와 함께 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작가ㆍ시의원, 언론인으로 일하는 클라우스 베르너-로보와 한스 비어스가 쓰고 최근 국내 번역된 '세계를 집어삼키는 검은 기업'은 이러한 기업의 어두운,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이 일목요연하게 기록하고 있다.

각종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의 보고서나 인터넷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자료를 한데 모아 직관적으로 정리해놨다는 점만으로도 기록의 가치는 높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할 정부나 저자가 자료검색을 위해 활용한 구글 역시 '검은 기업'의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런 부분도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다.

책을 관통하는 건 콘체른이다. 독일어 콘체른(Konzerne)은 직역하면 기업 혹은 기업집단(corporations)에 가깝지만 재벌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좀 더 어울린다. 옥스퍼드 사전에도 오른 재벌(Chaebol)은 자본가ㆍ기업인 집단이라는 표면적인 뜻에 더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더 자주 쓰인다. 역자 김태옥은 단어가 갖는 미묘한 차이를 살리기 위해 재벌보다도 국어 발음 그대로 '콘체른'을 썼다. 독일어판 원 제목을 영어로 번역하면 '검은 브랜드 기업, 기업에 장악당한 세계'로 한국어판의 제목 역시 원제를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콘체른은 무자비한 전횡을 일삼는가. 아니다. 그들은 세련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독일 코카콜라는 2012년 20억유로(약 2조5947억20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세금은 300만유로(약 38억9208만원)만 냈다. 어떻게? 명확히 밝히긴 쉽지 않다. 드러난 재무제표로 추정할 뿐이다.

이 회사의 소유주는 둘이다. 하나는 콘체른 본사의 역할을 대행하는 독일 내 유한회사, 하나는 아일랜드에 적을 둔 회사인데 더 이상의 정보는 거의 없다는 게 저자 설명이다. 이 지역은 세율이 낮고 특허권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으며, 몇 가지 조건을 맞추면 합법적인 절세가 가능하다.

코카콜라가 회사를 둔 다른 곳, 키프로스 섬이나 스위스ㆍ버뮤다 같은 곳도 세금천국으로 불린다. 자회사의 국적을 이곳저곳에 둬 세율이 낮은 쪽으로 이익을 몰아주거나 캐논이 과거 독일에서 한 것처럼 실제 제품을 '판매'하지만 '중개'라는 명목으로 덧칠하면 세금은 낮아진다. "완전히 합법적인 조세회피"인 셈이다.

자유무역이라는 신화가 만들어진 배경 역시 콘체른의 입김을 살펴봐야 한다. 국가 간 무역에서 걸림돌을 없애 다수 대중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포장되나 실상은 콘체른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국내서도 크게 논란이 됐는데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행정ㆍ사법절차를 가진 국가에서 투자자(주로 기업)가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소송 절차의 경우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며 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없다. 공중의 이익을 위해야 할 정부를 움츠러들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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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01년 초판을 낸 후 십수 년이 지난 2014년 저자들은 개정판을 내면서 "(책을 처음 출간한 후) 많은 것이 변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것이 그대로"라고 했다. 콘체른의 권력남용과 음모가 "개별적인 사례라기보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미국 정보당국의 치부를 까발린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 당시 우려했던 건 폭로 이후 개인이 받을 불이익이 아니라,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야, 그게 중요한 문제인가?"식으로 대중이 시큰둥해지는 것이었다고 한다.

콘체른의 문제를 주창하는 저자의 인식도 비슷하지만 그들은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보다 콘체른의 권력은 더 공고해지고 불평등은 심화됐지만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책을 고쳐 낸 것도 그대로인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독자에게,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적극 움직여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본문 두 번째 챕터에 바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하자'라며 다양한 행동강령을 배치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저자는 간디의 말을 인용해 본인의 주장을 전한다. "처음 그들은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곧 비웃을 것이며, 그리고 싸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이기는 것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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