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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는 뒤통수 vs 활성화는 뒷걸음…경제○○○에 발목잡힌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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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초사옥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삼성서초사옥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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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새해를 시작하는 대기업들이 경제 뒤 세 글자에 발목이 잡혔다. 양립하기 어려운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의 행보가 기업의 경영의욕이나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불붙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후속조치가 구체화되면서 기업들에 막대한 비용의 청구서로 돌아왔고 경제활성화와 관련된 입법활동은 여야간 대립과 이견 속에서 게걸음 횡보를 하고 있다. 정부당국이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위한 특별법)은 오히려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기업들의 의욕적인 새 출발에 의지마저 꺾고 있다.
-경제민주화서 나온 순환출자, 삼성 현대차에 1조2천억 청구서로 날아와

순환출자금지는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기 위해 나온 대표적 제도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해주는 대신에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주식처분명령과 과짐금 부과, 의결권행사 금지, 형법상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법을 고쳤다. 삼성과 현대차는 자발적 구조조정과정에서 계열사 또는 외부기업과 인수합병·통폐합 등을 추진하면서 불가피하게 순환출자고리가 생겼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에 순환출자고리가 강화됐다면서 지난 24일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처분하라고 했다. 삼성에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으니 강화된 부분 만큼의 삼성SDI 보유 합병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라고 했다. 삼성은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지분율 2.6%ㆍ24일 종가기준 7275억원)를 처분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에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1일까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생긴 881만주의 추가 출자분을 처분해야 한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4607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은 속칭 '초(秒)치기'를 통한 주식처분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한연장을 요청했으나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간이 없는 현대차그룹은 시간을 벌기 위해 과징금을 낼 수 밖에 없다.
-사라진 경제활성화…역변하는 원샷법

경제민주화의 청구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를 촉진하는 법안들의 처리는 해를 넘기고 말았다. 대표적인 경제활성화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원샷법, 노동개혁 5개 법안은 상임위 문턱도 통과하지 못했다.

원샷법은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나 규제를 하나로 묶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다. 재계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샷법이 여야가 합의한 대로 지난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기국회를 물건너가고 이어 열린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난망해졌다.

더 큰 문제는 원샷법이 논의과정에서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국회 산업위 법안소위에서 야당측은 "원샷법 적용대상에서 대기업은 제외하되 철강, 조선, 석유화학 업종은 대기업도 적용받도록 하고, 법 시행 뒤 나머지 업종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제계는 "규모와 업종제한은 원샷법의 당초 취지와 크게 동 떨어진 것이며 업종과 규모에 무관하게 어려워진 우리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적용 대상을 당초안대로 전산업·전규모 기업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경제계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일부 과잉업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어느 업종에서 어떤 형태의 구조조정 요인이 생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며, 과잉문제가 생기면 업종을 확대해 나가자는 것은 선제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법 취지와 맞지 않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하라면서 구조조정법은 유명무실

금융당국은 장사를 해 이자도 벌지 못하고 업황부진과 과다부채로 영속성이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되는 기업(이른바 한계기업, 좀비기업)들이 국가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보고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올해가 일몰이지만 국회 공전으로 이 법의 연내 연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촉법은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비해 워크아웃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촉법 실효에 따른 공백기간은 과거에도 두 차례 전례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에 차질이 있었다" 면서 "국회에 현안 법안들이 발목잡히는 동안 갖가지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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