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제 목을 걸고 제목 다는 10가지 센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미디어 좌충우돌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제목이 중요하다. 한줄 짜리 제목이 사실상 1차적으로 독자를 붙잡는 힘이다. 제목에 '초연'한 태도는, 디지털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아닐 수 있다. 물론 여기까진 다 안다. 혹은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다 잊어버리고 제목은 그저 내용물의 엉성한 요약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일지 모른다.

내용이 아주 좋으면 제목 까짓거 신경 안써도 결국에는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 만으로 입소문을 내기에는 아주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 거의 초기에 성패가 달려있는 많은 콘텐츠를 맥없이 가라앉게 한다. 제목이 '장삿속'에 불과한 것이라고 폄하하는 태도는, 콘텐츠 전략이 덜 갖춰져 있어서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제목이 먼저 돌아다녀야 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독자의 클릭수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제목은 어떤 것일까? 제목은 콘텐츠의 얼굴이며 이름이며 첫인상이며 윙크이며 향기이다. 헤드라인은 광고의 카피이기도 하며 글바다 위에 떠있는 빙산이기도 하다. 낚시꾼의 마음이기도 하며 태초의 하느님이 행했던 고려(考慮)와 사려와 배려이기도 하다.여기엔 헤드라인 전략의 중요 핵심이 총출동한다. 그 10가지 노하우를 들어보면...

1. '나'를 쓰지 말고 세상의 '그'를 쓰라

글쓰기 그리고 말하기는 '나'의 발동이다. 그러기에 얼른 나를 말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나의 관심, 나의 생각을 말하고 싶다 하더라도, 우선 독자의 관심과 생각에 착 달라붙어라. 소통의 제 1 원칙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에 예민하라. 독자를 실감나게 하라. 어? 내 얘기네? 하고 말이다. 아니면 독자의 희망이나 애호(愛好)를 건드려라. 오! 나도 그랬으면!하고 생각하도록 말이다. 나이에 따라 흥미가 다르고 아는만큼 혹은 아는대로 흥미가 생겨나며 사람마다 관심의 촉수가 복잡하게 구성되는 개성이 있지만 그 중에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 생겨나기도 한다.

2. 살짝만 보여주라
제목은 유혹하는 행위이다. 선정성은 배격되어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채택되어야할 전략이기도 하다. 물론, 선정성 만으로 승부를 걸 수는 없다. 선정성은 지적인 세련으로 잘 조절되어야 한다. 선정성의 기본 원리는 '살짝 보여준 뒤 달아나는 것'이다. 이른 바 보여줄 듯 말 듯이다. 선정성 전략은 여자에게서 배워라. '여성의 치마 끝자락'은 바로 유혹과 매력의 원리를 100% 터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감추면서 슬쩍 그 부분을 강조하기. 이것이 고단수의 선정성이다.

3. 뻥 튀기 효과는 강하지만 다음에 팔아먹을 때 곤란해진다

내용은 좀 약하더라도 이른 바 '초'를 치는 제목을 달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일단 손님을 끄는 제목을 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충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다. 이 전략은 매체의 기본적으로 매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독자가 매체에 접근하지 않거나 접근하더라도 제목을 이미 '디스카운트'해서 읽게 된다. 제목과 내용은 일치해야 한다. 내용의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뽑아내느냐로 '매력'을 창출해야 한다. 제목이 거짓말이거나, 속임수가 가능한 것은 신용을 목표로 하지 않는 곳에서만 통한다. 이 시장이 도깨비시장이냐 고객의 시장인가를 분간하는 것도 지혜다.

4. 제목은 의미 외에 태도와 인간 품격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른바 말투라는 게 있다. 인간은 상대방의 말투로 상대방을 평가하기까지 한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말하느냐도 중요하다. 제목은 한 마디로 기억되는 것이니까, 한 마디로 그 발화자를 평가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말에 재미를 불어넣으려다가 저속하고 가벼운 인간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호들갑스러워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적 깊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때로는 밋밋해 보이는 제목에 신뢰감이 담길 수도 있다. 짧고 소박한 제목이 과묵하고 정직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인간성이 흘러나오는 제목이, 독자를 붙잡을 때가 많다.

5. 쉬운 제목이 반드시 잘 팔리는 건 아니다

물론 쉬운 제목으로 눈길을 붙잡는 전략이 기본이다. 쉽고 간명한 제목이 강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희한하다. 어려운 제목에도 눈길이 갈 때가 있다. 나는 이걸 '지적 허영심'의 코드라고 생각한다. 허영심이라고 해서 언짢을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이 현학 심리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너무 어려우면 안된다. 약간 알거나, 알고싶은 충동이 생기는 정도의 어려움이어야 한다. 이른바 '난해함'의 유혹이다. 지적 우월감을 부추기는 제목. 블로그에도 먹힐 때가 많다.

6. 말맛이 좋으면 인간은 부나비처럼 달려든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개그맨이다. PUN은 비문법도 용납하고 약간의 어설픈 논리도 다 이해해 버린다. 말이 재미있으면 그 안의 내용까지도 신뢰해버린다. 재치있는 말에는 주술성이 살아있다.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에는 言과 馬가 자연스럽게 중복되어 더없는 진리처럼 느껴지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유행어나 속어, 그리고 이상한 말에는 모든 인간을 아이처럼 즐거워지게 하는 마약이 들어 있다. 블로거들은 특히 말장난을 좋아한다. 말은 곧 진부해진다. 진부함을 타개하려는 이지적인 모색과 노력이 바로 말장난이다.

7. 제목은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음을 암시해야 한다

이 글의 제목처럼 10가지 무엇무엇, 7가지 무엇무엇,이라고 제목을 달면 클릭수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정리된 것이 '알찬 지식'이며 그것을 얼른 습득하는 것이 정보의 우위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른 바 냉장고에 붙여놓고 생활의 '엑기스'로 삼고싶은 지식, 그것에 대한 갈망은 강렬하다.

8. 인간은 천성적으로 삐딱이다

세상의 주도적인 의견에 줏대없이 동의하는 게 싫은 게 사람마음이다. 또는 교과서에 나오는 보편적인 생각들을 주워삼키며 사는 일이 매력적인 건 아니다. 제목은 그 마음을 건드릴 필요가 있다. 삐딱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건드리면 관심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남의 나쁜 일, 잘못된 일, 흥분이 섞인 비판들, 놀라운 폭로...이런 건 잘 먹힌다. 이 네거티브 전략은 '한 방'을 노릴 때만 써야 한다. 자주 쓰면 인간성과 결부된다. 그리고 그 삐딱함이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에 대한 치밀한 사전점검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9. 독자는 모름지기 자기 실속을 추구한다

독자는 글을 읽어주러 나온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저 사람 글이니까 읽어줘야지, 한다면 건성으로 읽기 딱 좋다. 독자가 건질 게 있어야 한다. 제목은 그걸 암시해야 한다. 글쓰는 사람의 자랑을 듣고 박수를 쳐주기를 원해서는 안된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글에 '비판'의 여지를 남겨 독자가 삿대질을 하면서 후련해질 수 있는 것이 낫다. 독자에게 효용을 줘라. 이 말 대로 하면 나도 뭔가 도움이 되겠구나. 이 친구 글을 읽으면 나도 좀 업그레이드 되겠구나. 제목은 그런 암시를 풍겨야 한다.

10. 제목은 향기다

결국 제목을 다는 스타일은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된다. 그 이미지가 쌓이면 글쓰는 사람의 정체성이 된다. 아하, 이런 제목은 그 사람 스타일이야. 이런 등식이 생겨난다. 이 등식이 매력적이면 그 제목은 성공한 것이겠지만, 읽지 않아도 따분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면, 얼른 제목 스타일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헤드라인의 독자도로를 뚫는 것과 비슷하다. 스타일은 호감도와 신뢰도를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당신의 제목스타일을 돌아보면 소통력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제목에는 강력하고 오래가는 방향제가 들어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