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구제…사실상 불가능
[아시아경제 김원규 기자] #평소 투자에 관심이 많던 A씨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증거금 50만원만 있으면 선물투자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받았다. 개시증거금만 3000만원을 내야 선물거래를 할 수 있는데 소액으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혹한 A씨는 증거금 50만원을 내고 미니선물업체에 계좌를 개설했다. 운이 좋았던지 단 하루만에 원금의 100%의 수익을 올렸다. 일단 본전은 챙기고 보자는 생각에 업체에 출금을 요청했다. 하지만 출금을 요청한 순간부터 업체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업체가 개설해 준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접속이 되지 않았다. 사이트 주소지를 찾아갔지만 그 업체는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다.
감독당국의 집중 단속에도 불법 미니선물업체가 이처럼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불법 미니선물업체들의 광고 문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적은 돈으로도 대박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선물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일반투자자가 선물 거래를 하려면 개시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내야 한다. 또 선물을 계약할 때 선물 1계약 가격의 12%에 달하는 금액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코스피200지수 선물 기준으로 선물 1계약의 가격이 1억원 정도이므로 최소 1200만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선물 계약을 계속 유지하려면 계약금의 8%에 달하는 돈을 증거금으로 갖고 있어야 하므로 코스피200 선물 1계약을 유지하려면 2000만원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거래는 거래소를 통한 실제 거래가 아니라 가상매매라는 점이다. 정상적인 선물시장에서는 돈을 번 사람들의 수익 총합과 잃은 사람들의 손실 총합이 정확히 같은 '제로섬'이 된다. 선물회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
하지만 불법 미니선물업체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가상매매를 하다보니 투자자들의 수익 총합이 손실 총합보다 많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업체가 그 차액을 고스란히 보전해 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많을 경우, 불법 미니선물업체들의 수익이 늘어난다. 사실상 불법 도박사이트인 셈이다.
이런 구조다 보니 불법 미니선물업체들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도록 각종 불법을 저지른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고객이 수익을 못 내도록 HTS 프로그램을 조작하거나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때 프로그램을 다운시켜 결국 손해를 보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미니선물 거래의 경우 통장, 비밀번호 등을 해당 업체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을 빼가도 당할 수밖에 없고, 피해액을 구제받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뜩이나 리스크가 큰 선물투자를 불법 사이트를 통해 하는 것은 불법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김원규 기자 wkk09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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