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朴과 朴, 포퓰리즘이 닮았다?
朴대통령,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 시절 '취업활동수당' 추진…서울시 40배 이상 규모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여권에서 '포퓰리즘'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2011년 미취업자들에게 '취업활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이 당시 정부에 요구했던 취업활동수당 예산은 4000억원 규모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 정책 이행 재원의 40배가 넘는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를 유인하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돌고 도는 셈이어서 정치권의 전반적인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서울시가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을 발표하자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수당 지급은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면서 "주민의 세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는 결국 부메랑이 돼 주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엄포를 놨다. '신(新)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9일 "무슨 배짱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상을 가지고 고통 받고 있는 청년, 또 우리 국민들을 현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앙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제도와 중복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저소득층 미취업자에게 취업지원서비스와 함께 월 최대 40만원을 6개월 동안 지원하며, 사업 참여자가 취업에 성공하면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애초에 취업성공패키지는 2011년 12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추진했던 대표적인 민생대책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 정책위원회에 '취업활동수당제' 신설을 검토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청년구직자 9만명에게 매월 30만원을, 미취업 상태인 49세 이상 장년층 16만명에게 매월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연간 4000억원의 예산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었다.
이는 일명 '박근혜 예산'으로 불리며 정국을 뒤흔들었고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즉시 총선과 대선을 앞둔 '퍼주기 공약'이라는 성토를 쏟아냈다. 결국 청년활동수당은 이듬해 예산안에 1529억원으로 절반이 줄어 반영됐고, 취업성공패키지라고 명칭도 바뀌었다.
새누리당은 청년수당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노동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 전 당 차원에서 이와 유사한 정책을 내놓은 점이 밝혀지면서 새누리당이 서울시를 비난할 명분이 줄었다는 지적이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청년들의 진로 활동을 촉진시키는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는 한 단어로 규정짓고 정치적 공격을 이어가는 건 생산적인 토론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 방안과 정책 보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정부와 여야, 지자체 모두 복지정책 도입 시 퍼주기식이 아닌지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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