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슬란… 출시 1년만에 벼랑끝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자동차 아슬란이 위기에 몰렸다. 1년전 오늘, 수입차 대항마로 안방사수를 위해 출시했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초라하다. 최근에는 현금할인과 저금리 할부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까지 얹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출시한 아슬란은 9월까지 총 9383대가 팔렸다. 11개월간 매달 850여대씩 팔린 셈으로 이달 판매량까지 합치면 1년만에 겨우 1만대를 넘어선 수준이다.
월별 최다 판매량은 출시 직후 올린 지난해 11월 1317대다. 이후 월 판매량 1000대를 넘긴 때는 올 1월과 2월, 단 두 차례로 8월에는 고작 418대가 팔렸다. 당초 현대차가 내건 올해 아슬란 판매량은 2만2000대다.
앞서 현대차는 아슬란의 저조한 판매세가 지속되자 재고 소진에 나서며 파격적인 할인을 단행했다. 3월에는 재고물량에 대해 800만원대의 할인을 제공하며 하위 차급인 그랜저와의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지만 부진은 여전했다.
원인은 잘못된 수요층 공략에 있다. 제네시스와 그랜저의 간극을 메우고 비슷한 차급의 수입차 고객을 끌어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4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수입차가 늘어난 데다 하위 차량인 그랜저와 비슷한 외관,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며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다.
여파는 중고차 시장까지 확산됐다. 현재 아슬란의 중고차 가격은 3.0모던 2015년식이 2750만~3450만원에 형성돼 있다. 4000만원의 신차값이 1년만에 최대 1000만원까지 감가가 이뤄진 셈이다.
경쟁 모델의 돌풍도 입지를 더 악화시켰다. 하반기 준대형차 돌풍을 이끌고 있는 한국지엠의 임팔라는 9월에만 1644대가 팔리며 아슬란 판매량(821대)의 두 배를 찍었다. 특히 지난 8월 출시 후 총 1만3000여대가 계약되며 아슬란 1년 판매량을 훌쩍 넘어섰다.
준대형차 최대 교체 시기인 임원 인사 시즌이 다가왔음에도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하반기 한국지엠, 한국닛산, BMW코리아가 내놓은 임팔라, 맥시마, 뉴 7시리즈가 이미 아슬란을 압도하고 있다.
현대차 내부에서 고민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내수 전용으로 개발된 탓에 수출 등 마땅히 다른 판매로를 찾기 힘든 데다 추가 프로모션도 다른 세그먼트 모델과의 역전 현상 등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준대형차 새 모델이 줄줄이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더욱 늘어난 상황"이라며 "경쟁 차종의 프로모션과 마케팅이 집중되며 하반기에도 고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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