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삼성, 소재사업 2년 만에 대폭 축소…배경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삼성전자 서초사옥 (자료사진)

삼성전자 서초사옥 (자료사진)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던 전자소재사업의 방향을 불과 2년여 만에 크게 선회한 것은 최근 진행 중인 한계사업 정리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존 글로벌 강자들을 단기간에 뛰어넘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 관련 협력사들과의 관계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예 소재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소재 및 2차 전지 등에 필요한 소재연구에 관련 역량을 집중하면서 일종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의 경우 종합기술원(종기원) 조직 축소 방침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건희 회장의 '소재 일류화' 의지…경영환경 급변= 당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완제품과 부품은 세계 1등을 달성했으니 이제 소재에서 1등을 해야 한다"며 '소재-부품-완제품' 구도의 수직 계열화를 추진했다. 이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주력 제품군을 포함, 화학과 전자 등 전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밑그림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ㆍ제일모직ㆍ 롯데정밀화학 ㆍ삼성코닝정밀소재 등 5개 계열사가 공동 투자해 조성한 수원 소재산업 연구단지(소재단지)를 삼성그룹의 '글로벌 소재연구 개발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지 면적 42만 제곱미터(약 12만6000평)에 신축 연구동만 14개에 달한다. 계열사 5곳이 합심해 뛰어든 만큼, 기존 삼성전자 연구소와 각 계열사 간 공동 연구를 통한 시너지 효과 기대도 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주력 사업이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가전부문도 경기 침체에 따라 부진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부품 사업에서 그나마 수익성을 유지했지만, 중국 등 경쟁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졌다.
◆자체 개발보다 글로벌 협력 강화…'선택과 집중'= 삼성은 장기적 투자와 다수의 연구인력을 필요로 하는 소재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넓히기보다는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성장사업 분야에 소재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그 외에는 기존 글로벌 소재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다.

삼성전자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상당 부문을 독일 머크를 비롯한 글로벌 소재기업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싱가폴 현지 소재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안정적인 재료 수급 경로를 만들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삼성과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코닝의 합작사 지분을 넘기고 본사 지분을 확보하며 경쟁 보다는 공생을 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웬델 윅스 코닝 회장과 미팅을 갖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 유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소재 기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삼성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생산기술 강화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자동차와 2차 전지 등 성장산업 소재 상용화에는 국내 소재연구 역량을 집중시켰다. 삼성SDI는 지난해 에너지ㆍ자동차 소재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던 구 제일모직의 케미칼ㆍ전자재료 사업부문과 합병하면서 이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져 성장세에 있지만, 여전히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인 '양극ㆍ음극ㆍ분리막ㆍ전해질'는 일본 아사히 가세이를 비롯한 독일ㆍ미국ㆍ중국 등의 소재를 사용, 해외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관련 소재의 상용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수소재는 '미국판 종기원' SRA가 담당= 특수 소재는 종기원과 '미국판 종기원'으로 불리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진행한다. 국내 종기원은 고결정 그래핀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연구 부서가 현업으로 배치된 가운데 그래핀 연구는 종기원에서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래핀의 경우 현재 상용화 한 곳이 없고 종기원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다.

SRA의 선진소재(Advanced Material) 랩에는 최근 삼성정밀화학에서 연구개발(R&D) 총괄을 맡았던 조정주 상무 등 핵심 소재연구 인력이 합류했다. 삼성은 '미국판 종기원'인 이곳에서 현지 글로벌 업체들과의 접촉을 늘려가며 장기 소재연구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서울대병원·세브란스, 오늘 외래·수술 '셧다운' "스티커 하나에 10만원"…현금 걸린 보물찾기 유행 '바보들과 뉴진스' 라임 맞춘 힙합 티셔츠 등장

    #국내이슈

  • 밖은 손흥민 안은 아스널…앙숙 유니폼 겹쳐입은 축구팬 뭇매 머스크 베이징 찾자마자…테슬라, 中데이터 안전검사 통과 [포토]美 브레이킹 배틀에 등장한 '삼성 갤럭시'

    #해외이슈

  • [포토] 붐비는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PICK

  •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기아 EV9,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