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후 항공기 충돌" 위기일발, 올 두 차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인천공항 해상과 경기도 오산비행장 상공에서 각각 항공기가 공중 충돌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 올 들어 두 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충돌 직전의 상황까지 갔던 4대의 항공기에 타고 있던 승객이 1000여명이나 돼 자칫 세월호의 악몽을 초월하는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다행히 두 차례 모두 '항공기 충돌방지 시스템(ACAS)의 경고(RA)'로 위기를 모면했다.
두 차례 모두 항공교통 관제사의 관제오류가 원인이었다. 관제 인원 부족과 보충근무 등으로 항공교통 관제사들의 피로가 누적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위기상황을 초래한 것. 이 때문에 항공교통 관제사들의 높은 업무강도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11일 오후 5시21분경 인천공항 남서쪽 30마일(55㎞) 해상에서 광저우발 인천행 아시아나 370편(A333기)과 디트로이트발 인천행 델타 159편(B744기)가 마주보고 날아가다 불과 1.95마일(약 3.1km) 앞에서 ACAS RA가 기동됐다. 깜짝 놀란 조종사들이 서둘러 회피하면서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다. 두 항공기는 수직으로도 고작 800피트(244m) 떨어져 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7월7일 오후 1시14분경 오산비행장 북동쪽 8마일(15km) 상공에서 간사이발 인천행 제주항공 1301편(B737)과 제주발 김포행 제주항공 114편(B737)도 서로 마주보고 비행하다 2.03마일(약 3.3km) 거리에서 ACAS RA가 기동되면서 사고를 모면했다. 두 항공기의 수직 고도는 700피트(213m)에 불과했다.
'ACAS(Airborne collision avoidance system)'는 항공기 충돌방지 시스템으로 항공관제소와는 별도로 충돌위험이 있는 다른 항공기의 존재를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독립적 시스템이다. 'ACAS RA(Resolution Advisories)'는 근접 항공기를 회피하기 위해 조종사가 항공기를 기동하도록 하는 경고다. 최고근접지점 15~35초 전에 조종석에 경고가 울리고 상승할 것인지, 하강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아시아나의 A333 기종은 약 300명, 델타의 B744 기종은 약 400명이 탈 수 있고, 제주항공의 B737 기종은 약 150명의 승객이 탈 수 있다. 당시 10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시속 600km~900km의 속도로 마주보고 비행하던 항공기 4대가 공중충돌을 불과 15~35초 앞두고 ACAS RA의 기동되면서 가까스로 위기상황을 벗어난 것이다. 만에 하나 사고로 이어졌다면 인구 20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상공이라 도심까지 엄청난 피해가 미쳤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7월2일 독일 남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의 고도 3만5000피트(11km) 상공에서 미국 국적 DHL항공사 소속 B757 화물 항공기와 러시아 바슈키리안 항공사 소속 Tu(투폴레프)154 여객기가 공중충돌해 두 항공기의 탑승자 71명이 모두 사망했다. 당시 두 항공기의 충돌과 연이은 폭발로 사고기 파편이 반경 6km지역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항행안전팀이 ACAS RA 기동 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두 차례 모두 항공교통 관제사의 피로도 가중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관제오류를 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발생 당시 서울지방항공청의 항공교통 관제사 수는 정원대비 15명이 부족한 상태였고, 당시 근무자도 주간근무 시간이 평소보다 많았고 월 1회 이상 야간근무에 들어가는 등 업무부담과 피로도가 상당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 항공교통 관제사들의 관제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업무강도는 세계 최악"이라면서 "관제사의 실수는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제사들이 업무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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