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명 선생

석주명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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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노랑나비, 청띠신선나비, 번개오색나비, 떠들썩팔랑나비, 무늬박이제비나비, 은점어리표범나비, 각시멧노랑나비… 모두 한반도에 서식하는 나비의 이름이다. 저마다 다른 나비의 모양새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순우리말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우리나라 나비 이름 70%는 한사람이 지었다.


6일은 '나비박사' 석주명이 세상을 떠난 지 65년이 되는 날이다. 석주명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나비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 생물학 정립에 기여한 학자로 평가 받는다. 또 그는 20여년 동안 나비분류학 분야에서 12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전국에서 75만 마리의 나비를 채집해 표본을 만드는 등 나비에 열정을 바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 16만 마리의 나비를 분석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조선산 나비 총목록'을 영문으로도 발간해 당시 우리나라 과학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이 책은 영국왕립학회 도서관에 소장될 정도로 세계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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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적인 업적은 당시 일본 학자들이 잘못 붙인 우리나라 나비 이름 800여 개를 정리한 것이다. 당시 일본 학자들은 한반도에서 몇몇 개체만 채집해 조금만 다르면 다른 종이라며 새로운 이름을 붙였는데 그 수가 900여 종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석주명은 개체변이 등으로 같은 종의 나비에 다른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다시 정리해 우리나라의 나비는 248종이라고 정정했다. 일본말로 된 나비 이름도 우리말로 바꿨다. 지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비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부를 수 있는 것은 그의 이 같은 노력이 바탕이 됐다.


석주명은 수집한 75만 마리의 나비 표본을 지키기 위해 6·25 전쟁 때도 피난을 가지 않았지만 국립과학박물관이 폭격으로 전소되면서 그의 나비 표본도 사라졌다. 그도 과학박물관 재건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중 인민군으로 오인한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나비만 알던 세계적인 학자가 전쟁과 분단의 소용돌이 속에 너무 이른 죽음을 맞은 것이다. 현재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그가 나비와 제주도 방언을 연구한 것을 기리는 석주명 공원이 조성돼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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