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값 올린곳도
원자재 값 오를땐 민첩하게 올리던 모습 어디갔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김현정 기자] 올해 원재료 가격이 크게 인하됐음에도 식품ㆍ외식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원자재 값이 오를 때 민첩하게 올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31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7월 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0%(1.7포인트) 하락한 164.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9.4%(39.6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같은 추세에도 가공식품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수입원료 가격 인상을 핑계로 소비자가격을 올렸던 식품업계가 곡물가격 하락분은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수입원료 가격이 오를 때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던 식품업체가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내리기는 커녕 가격을 더 올리고 있다"며 "부당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식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에 따르면 닭고기(1kg) 가격은 지난 5년 평균 값보다 11.5% 하락한 5109원에 거래되고 있다. 닭고기값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시중 프랜차이즈에서 치킨값은 1마리당 1만5000원에서 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개별소비세가 낮아지면서 판매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 고가의 해외 명품 브랜드들도 '요지부동'이긴 마찬가지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하 계획이 없거나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소비 촉진을 위해 27일부터 시계ㆍ가방ㆍ모피ㆍ보석 등의 개별소비세 부과 기준을 제조장 출고가격 또는 수입신고가격 200만원 이상에서 500만원 이상으로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석업체 등은 개소세 인하에 따라 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해외 브랜드는 인하 요인이 있어도 원가 상승 등을 내세우며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반면 인상 요인은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해외 브랜드들의 가격정책은 횡포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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