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뉴스] 사내유보금 중 투자가능 금액 7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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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내유보금 710조원의 10%만 투자로 전환된다면 71조원의 재정투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업활동 목적을 벗어난 사내유보금의 자산수익에 대해 법인세를 38%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은 의원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주식소득, 부동산임대 소득을 기업활동 목적을 벗어난 사내유보금의 자산수익으로 예를 들었다. 사내유보금을 생산활동에 투입하지 않은 채 자산수익을 거두는 데 대해 세금을 더 물림으로써 기업이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게 개정 취지다.
대기업 사내유보금 710조원 중 10%인 71조원이 투자될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내유보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사내유보금은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더한 금액을 가리키며 잉여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익잉여금은 이익을 배당이나 상여의 형태로 사외로 유출하지 않고 남기면 축적된다. 자본잉여금은 증자나 감자를 하면서 남는 돈이다.
사내유보금의 증감은 투자가 얼마나 이뤄지는지 가늠할 지표가 되지 못한다. 사내유보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다. 또 설비투자를 늘리는데도 사내유보금이 증가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를 다음 사례로 살펴보자.
A회사의 현금이 100억원, 실물자산이 200억원인데, 이 금액은 부채 50억원, 납입자본금 100억원, 사내유보금 150억원으로 조달됐다고 하자. A사가 현금 50억원을 실물자산에 투자하면 현금 50억원, 실물자산은 250억원이 된다. 사내유보금에는 변동이 없다.
B회사는 현금 100억원 실물자산이 200억원이고 이 금액은 부채 50억원, 납입자본금 100억원, 사내유보금 150억원으로 조달됐다. B사가 전기에 순이익 50억원을 거뒀다고 하자. 이 순이익을 그대로 현금으로 보유하면 현금이 150억원이 되고 실물자산은 200억원으로 그대로다. 사내유보금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증가한다.
B사가 그 대신 순이익 50억원으로 설비를 확충했다고 하자. 현금은 100억원으로 그대로인데 실물자산은 250억원으로 는다. 그러나 자본조달 측면에서 부채와 납입자본금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사내유보금은 200억원으로 증가한다.
B사의 두 경우는 순이익을 현금으로 보유하든 설비에 투자하든 사내유보금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로 미루어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내유보금은 현금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다. 그 중 일부는 생산설비ㆍ공장ㆍ토지 등 자산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으로 잡힌 금액 중 일부만 투자 재원으로 동원 가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사내유보금 중 실물자산 비율은 80% 이상이다. 나머지 20% 중 대부분을 설비투자에 돌리는 일은 위험하다. 기업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유동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내유보금 710조원 중 20%는 142조원이다. 은 의원이 예시한 71조원은 이 금액의 절반이다. 대기업이 세금이 부담스러워 보유 현금의 절반을 투자하는 모험을 할지 의문이다.
은 의원의 방안은 ‘모든 복잡한 문제에는 명쾌하고 간단하며 틀린 답이 존재한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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