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신격호의 비밀회동으로 '호텔롯데' 탄생"
손정목 교수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호텔롯데 건설과정 기록
"1970년 11월13일. 롯데껌이 불량 식품으로 판정되는 이날 한국에서 '롯데재벌' 탄생이 결정됐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이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88)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대표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다.
이 책은 약 100쪽에 걸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을지로 롯데타운 형성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손 교수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었던 1970년 롯데제과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돼 제조 정지 명령이 내려진 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신 회장을 청와대로 불렀다고 이 책에 썼다. 대통령이 롯데껌 파동을 '조치'해주며 호텔롯데를 지어 경영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인과 다름없어 그의 재산 대부분이 당연히 일본에 귀속될 상황이었는데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그의 재산 일부라도 모국에 투자하게 하고 부동산 상태로 남겨두게 하려는 속셈이었다는 게 이 책의 설명이다. 이후 호텔롯데 건설이 이뤄졌으며 각종 지원이 뒤따랐다고 한다.
당시 소공동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있었는데 이 자리를 호텔롯데에 매각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떨어져 국립중앙도서관은 남산어린이회관으로 옮겨야 했다고 손 교수는 주장했다. 서울시는 호텔 부지 일대를 '특정가구정비지구'로 지정했다. 당시는 사업자와 서울시장만 합의하면 재개발사업보다 더 강력하게 건축행위를 할 수 있었던 때였다.
이에 따라 롯데는 동국제강, 아서원, 반도호텔, 국립도서관, 반도조선아케이드 등 민간부지를 모두 사들였고 외자도입법의 혜택을 받아 신격호를 위원장으로 하는 호텔롯데 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고 한다.
이를 통해 부동산취득세와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5년간 면제와 이후 3년간 절반 면제, 관세와 물품세 영구 면제 등 혜택을 받았다. 호텔과 백화점을 짓는 데 쓰인 물품들도 관세와 물품세를 물지 않았다.
특정지구개발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도 마련돼 해당 지구 내 부동산투기억제세, 영업세, 등록세를 면제해주고 융자를 지원해주도록 했다. 신격호 회장은 이 법으로 취득세, 재산세, 등록세, 영업세, 도시계획세 등 각종 세금을 모두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게 롯데는 7000여 평의 땅에 37층 규모의 호텔을 건립했고 롯데백화점까지 들어서면서 한국에 정착했다. 손 교수는 이 저서에서 "자본력과 공권력이 결탁하면 못할 짓이 없고,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점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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