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정치혐오 키운 성추문 파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집권여당 현역 국회의원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2일, 정치권은 한바탕 시끄러웠다.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해당 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철저한 조사와 함께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공격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야당은 원내대변인이 비난 성명을 낸데 이어 여성위원회 등이 별도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치쟁점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경찰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해당 의원의 혐의가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본분과 품위를 망각했고 더 나아가 국회의 위신까지 실추했다는 점에서 해당 의원의 도덕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국회법 25조를 어긴 것은 물론이다.
더 큰 문제는 성추문 사건으로 국회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고 소모적인 정쟁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과 정치개혁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의 성추문은 여야간 갈등의 실타래를 더욱 얽히게 만들었다.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국민께 송구하다"며 즉각 사과했지만 야당이 정치적인 무기를 삼아 공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더 이상 협의를 진행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해결되는 것은 보이지 않고 풀어야할 과제만 오히려 쌓이는 형국이다.
국민의 표로 먹고사는 국회의원이 성폭행 같은 파렴치한 사건의 주인공으로 구설에 오른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더욱 유감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가 할일을 제때 하지 못하면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불신이 해소되기는 커녕 성추문 파장이 정치 혐오만 더욱 부채질하는 건 아닌 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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