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방어수단 도입으로 경제활성화에 확실히 방점 찍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을 놓고 새누리당이 술렁이고 있다. 7년 만에 등장한 경영권방어 법안에 당내에서는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는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새누리당의 입장에 변곡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할거냐'는 질문에 "아직 법안을 살피지 않았다"며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지배주주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당할 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필과 주당 의결권 비중을 높인 차등의결권제 도입이 핵심이다.


정 의원이 추진중인 경영권 방어 법안은 여러 정황상 숨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이 법안의 가장 큰 의미는 당내 경제민주화 기조의 변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은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법안은 오너의 경영권을 방어해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측면에서 경제활성화법으로 분류된다.


상법의 소관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게 많았다"면서 "19대 들어 기업 경영권 방어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제활성화에 확실히 무게를 싣는 법안이라는 의미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룰 때가 됐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경영권 방어를 막고 지배구조 개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면서 "소액주주 권익 침해 문제도 물론 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 여력도 생긴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좌장인 김세연 의원이 "차라리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지만 개혁 성향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당내 권력지형상 힘을 받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7년 전과 달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준을 높여야 할 목적이 또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경영권 강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당시에는 해외 투기세력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데다 반재벌 정서가 형성돼 논의가 무산됐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노출됐듯이 해외 헤지펀드의 위력이 강해지고 있고 국내 기업의 부진한 투자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경영권을 확실히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이한구 의원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기업의 도전을 받는데다 금리가 오르면 좀비기업이 몇개가 더 생길지 알 수 없다"면서 "경영권 확보에 힘을 썼다가는 투자 등에서 실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영이 안정돼야 그나마 투자할 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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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을 발의한 정갑윤 의원은 "경영권 보호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벤처에도 적용되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와 대척점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을 감안해 정책위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아젠다도 동시에 끌고 나갈 계획이다. 사회적기업과 벤처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 거래소 설립이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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