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우릴 키운다" 축구 관객이 열광하는 '외나무다리 승부' 레전드
축구, 민족 갈등의 대리전
에스파냐 정체성의 수호자 카스티야州의 레알 마드리드
언어·문화 다르고 독립 원하는 카탈루냐州 맹주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진=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공식 페이스북]

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진=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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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정동훈 인턴기자] 축구 라이벌의 경쟁은 리그를 풍요롭게 하고 그 자체로서 역사가 되어 쌓인다. 스페인의 두 거함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맞붙는 '엘 클라시코', 잉글랜드의 맹주를 자처하는 리버풀과 맨체스터의 '북서부 더비'는 세계가 주목하는 라이벌의 대결이다. 이탈리아에는 밀라노를 연고로 한 두 팀, 인테르와 AC밀란의 '밀라노 더비'가 있고 독일에는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데어 클라시커'가 있다. 원래는 도르트문트 자리에 함부르크SV가 있어야 하지만.


◆ 두 도시의 이야기, 엘 클라시코
엘 클라시코가 열리는 날 이베리아의 하늘에는 두 태양이 뜬다. 스페인의 영혼과도 같은 두 도시가 뼈와 살을 뒤섞는, 아니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하루. 카탈로니아에는 리오넬 메시(28)가, 카스티야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가 있다. 하지만 두 사나이는 스페인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메시(아르헨티나)와 호날두(포르투갈)는 고향을 떠나 전쟁에 뛰어들었다.

카스티야 주(州)의 레알 마드리드와 카탈루냐 주(州)의 FC 바르셀로나는 영혼의 구조가 다르다. 스스로를 스페인의 정체성으로 규정하려는 마드리드와, 아마도 영원히 독립을 꿈꿔야 할 바르셀로나의 공존은 오직 축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증오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프리메라리가의 패권을 건 전쟁. 그래서 엘 클라시코는 더비 중의 더비다.


메시와 호날두는 세계 축구를 둘로 나누어 지배해왔다. 그들의 퍼포먼스는 세계 축구 팬들의 공통된 화제이고, 직접이든 방송을 통해서든 볼 수만 있다면 지복(至福)이다. 둘은 최근 7년 동안 FIFA 발롱도르를 양분했다. 메시가 네 번, 호날두가 세 번. 발롱도르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프랑스풋볼'이 그 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메시는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즐기고 상대를 끌어들인다. 수비가 밀집되는 순간 메시는 튕겨나가듯 돌파한다. 동료와 공을 주고받으며 속도를 붙여 목표지점, 즉 골을 향해 질주한다. 어떤 압박에도 굴함 없이 끝내 승자로서 살아남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티키타카'는 메시 없이 불가능하다.

호날두는 훤칠한 키(184cm)에 근육덩어리 몸이 뿜어내는 힘과 빠르기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준마처럼 눈부시게 달려 상대 골문을 향한다. 그의 슈팅은 그물을 찢을 듯 강력하다. 마드리드 축구의 혈관 속에서 고동치는 정복자의 본능-바로 호날두다.


항구도시·공업도시 경쟁
광공업 발전한 맨체스터, 경제활력 북서부 중심으로
항구도시였던 리버풀, 일자리 줄며 상대적 박탈감


◆ 항구와 광산, 노동자의 거친 합창
리버풀 FC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한다. 연고지가 잉글랜드의 북서부에 있어 '노스웨스트(북서부) 더비'라고 한다. 더비는 산업혁명의 산물. 리버풀은 항구도시, 맨체스터는 공업도시로서 번창했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두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1893년에 맨체스터 운하가 개통되자 맨체스터의 공산품들은 리버풀을 더 이상 거치지 않고 팔려 나갔다. 리버풀의 거리에 일자리를 잃은 항구 노동자들이 넘쳐났다. 반면 맨체스터는 면직업과 광공업이 활기를 띠며 영국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했다. 리버풀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지역감정으로 이어졌고 축구가 그 정점에 섰다.


항구와 광산 모두 거친 일터. 노동자의 후예들은 거침이 없다. 노스웨스트 더비는 경기 내용 뿐 아니라 신경전도 격렬하다. 맨유의 전 주장 게리 네빌(40)은 2006년 1월22일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이 터지자 리버풀 응원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리버풀 팬들이 보라는 듯 맨유 엠블럼에 입을 맞췄다. 영국 축구협회는 "상대팀 관중을 자극했다"며 벌금(5000파운드, 914만9600원)을 부과했다. 네빌은 "영혼 없이 공만 차라는 말이냐"며 납부를 거부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리버풀의 전설로 남을 것이 분명한 스티븐 제라드(35)는 지난 3월 22일 자신의 마지막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퇴장을 당했다. 제라드는 맨유가 2대1로 이긴 이 경기에서 맨유의 안데르 에레라(26)가 거칠게 태클하자 그의 종아리를 밟아 버렸다. 교체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은 지 40초 만의 일. 피가 끓어오르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 계급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도시 두 계급 경쟁심 표현장
노동자 중심 보카 주니어스, 중산층 기반 리버 플레이트


◆ 죽음의 무도, 수페르 클라시코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다. 부둣가에 인접한 보카는 탱고의 발원지로도 유명한 노동자들의 터전. 반면 리버 플레이트가 있는 누녜스는 중산층 이상의 시민이 사는 주택가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맞수 대결이 바로 저 유명한 '수페르 클라시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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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이 다른 두 팀의 팬들은 축구를 통하여 증오를 남김없이 표현한다. 서로를 '돼지'나 '닭'이라고 부르며 저주한다. 수페르 클라시코가 열리는 날, 팬들은 닭과 돼지를 끌고 나와 상대를 조롱하기도 한다. 축구는 이들의 계급과 빈부 갈등이 민낯을 드러내는 대리전이다.


증오는 때로 죽음을 불러들인다. 1968년 6월23일. 리버 플레이트의 홈구장 모누멘탈에서 열린 수페르 클라시코가 0:0으로 끝난 후, 흥분한 보카 팬들이 관중석 위쪽에서 경기장으로 불붙은 종이를 던졌다. 아래층 관중들이 이를 피하려다 압사 사고를 당했다. 문이 열리지 않은 12번 출구에 몰려든 관중 가운데 74명이 죽고 150명이 다쳤다.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에 얼룩진 '푸에르타 도세(12번 게이트)의 비극'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정동훈 인턴기자 hooney53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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