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50주년 '韓日 해빙'…팔 걷은 속사정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22일 양국 대사관이 주최한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해 지난 2년여간 냉각된 한일관계의 해빙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양국 모두 정치ㆍ안보ㆍ경제적 측면에서 협력 필요성이 절실한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동북아 정세에서 평화와 안정에 한일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우선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의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위한 일보진전을 위해서 우방국과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2008년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6자회담의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5자는 올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양자 및 다자 협의를 통해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 그러나 북한의 냉랭한 반응 속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이른바 '탐색적 대화'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따라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변국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며 여기서 일본을 배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대로 한국과 일본이 이번 계기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양국의 대미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같은 우방국인 두 나라 중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지만 최근 일본은 한국의 친중국 정책을 내세워 미국 워싱턴 내 정치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 중이다. 지난 2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발언이 우리나라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에 우리정부가 얼마나 민감한가를 드러낸 측면이 없지 않다. 일본 역시 한국과 관계회복 없이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를 상대하기는 부담스럽다.
양국관계의 개선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실익이 있다. 아베 정부 들어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엔화 값이 급락해 우리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5.7%에서 지난해 7.8%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편 '수교 반세기'라는 잔칫날을 맞아 한일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마련됐지만 정치지도자의 말 한 마디에 급격히 분위기가 바뀌었던 과거 한일관계를 볼 때 낙관만을 할 때가 아니다. 양국 정상의 관계개선 의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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