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풀어도 엉뚱규제 남발…'도루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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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을 국정목표로 내걸고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하소연이 줄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5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규제개혁 인식 조사' 결과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한다는 기업은 7.8%에 불과했다. 10곳 중 1곳도 안 된다. 보통 62.4%, 불만족 29.8%였다. 규제에 대한 불만족은 핵심 규제개선 미흡, 보이지 않는 규제 강화가 주를 이뤘다. 이렇다 보니 규제개혁 기대감이 낮고(45.0%), 실현 가능성도 낮다(37.3%)는 생각이 많았다.

각종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진입규제와 입지ㆍ건축규제는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최근에는 노동과 환경, 지자체의 행정지도, 조례와 같은 숨은 규제 등에 대한 불만이 높다.


서울에 화학제품 윤활유공장을 설립하려던 한 업체 관계자는 "공장 설립하는 데 땅 1000평을 기부채납하고 도로까지 건설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면서 "마음에 드는 기업은 도로도 깔아주는데 미운 기업은 땅을 받고, 더 미운 기업은 땅에다 도로까지도 직접 건설하라고 하니 정말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수도권에 아파트를 지으려던 한 건설사는 "지자체의 도로보수 요구를 수용했더니 다음엔 신호등도 설치해야 준공인가가 가능하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법상으론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 요구가 금지돼 있지만 실제로는 기부채납을 전제로 사업승인하는 곳이 많다"고 불평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고 있지만 지방정부와 입법부인 국회로 가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가 규제 관련 입법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이후 의원 발의 법안 가운데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된 법안은 총 589건, 규제조항 수는 114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8건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의 종류도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분야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 망라돼 있다. 이들 법안들은 기존에 없던 내용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 대부분이다.


채용절차의 공정화 법률개정안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에 불합격한 구직자에 그 사유를 통보하도록 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개정안은 간통죄 폐지로 건강한 가정과 혼인관계를 해칠 수 있다면서 기혼자만남주선사이트를 불법 정보로 규정해 차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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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등에 관한 법률안은 공설ㆍ법인묘지를 관리할 때 묘지에 관한 사항을 기록해 보관하도록 새로운 의무를 부과했다. 철도안전법과 항공법은 제복을 입었을 경우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이유로 철도 종사자나 항공기 승무원에게 제복 착용 의무를 부과했다.


24세 이하에 주류광고 출연을 금지시킨 이른바 '아이유법'은 상임위를 통과했다가 법리적 문제가 불거져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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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비정상적인 규제의 남발은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전경련이 우리나라의 규제비용을 추정해 본 결과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 규제비용은 158조3000억원(국내총생산의 11.1%)이다. 2013년 법인세(43조9000억원)의 3.6배, 근로소득세(22조5000억 원)의 7배에 달한다. 국민 전체로 보면 1인당 315만원을 규제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불확실한 내수시장에 직면해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창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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