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호주 연금 수익 위해 ‘고위험 자산’에 베팅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저축보단 투자에 적합한 시장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은퇴 대비하는 개인의 선택과 기관ㆍ운용사들의 책임이 중요해졌다."
은퇴 설계 전문가들에게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연금 전략에 대해 물어보면 돌아오는 공통된 답이다. 뉴노멀 시대를 맞으면서 연금 전략도 투자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 입장에서도 은퇴 후 한 푼이라도 더 보장이 돼야 안정된 노후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자산운용사도 장기간 다양한 금융 상품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여야만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미 호주, 영국 등에서는 연금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개인이나 운용사 모두 '윈윈'하고 있다. 선진국치고 연금 개혁을 하지 않은 데가 없다.
이 중에서도 2011년 노르웨이의 연금 개혁은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는 평가다. 연금공단ㆍ고용공단, 지자체의 사회복지 부서 등이 통합한 노동복지청(NAV)이 2006년 시작해 5년 만에 완수했다.
핵심은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40년 일하면 누구나 연금을 받았다. 특히 연금 수령가능 나이는 67세였지만 약 60%가 62세에 퇴직했다. 조기 퇴직을 막기 위해 연금을 늦게 받을수록 수령액을 높였다.
62세에 퇴직할 경우 연금(조기노령연금)을 소득의 65%→56%로, 67세에 은퇴하면 67%→73%로, 70세일 경우 68%→88%로 바꿨다.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이라 불리는 호주 퇴직연금은 1992년에 출범, 호주 근로자의 95%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 급여의 9% 이상을 의무적으로 기여, 적립해야 하는 제도로 '강제성'이 시장을 비약적으로 키운 사례다.
이전까지 임의 가입이었던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개인연금도 퇴직연금에 통합해 강력한 세제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호주 자산운용업계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슈퍼애뉴에이션으로 모인 자금이 자산운용사로 집중되면서 수탁액이 크게 늘었다. 1992년 200억호주달러에도 못 미치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2년 1조4000억호주달러(약 1500조원)로 급성장했다.
슈퍼애뉴에이션 기금은 확정기여형의 비중이 82%에 해당하며 자산배분 중 위험자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사망ㆍ영구적 장애ㆍ심각한 재정적 궁핍 등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퇴직연금기금에서 저축액의 조기인출은 허락되지 않는다.
호주 국민들은 슈퍼애뉴에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기 분산투자 문화에 익숙해졌다. 20~30년 이상 운용되는 초장기 자산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1999년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SAㆍ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첫 도입했다.
ISA는 현금계좌와 유가증권계좌로 나눠 운영되며 현금성 저축상품ㆍ주식ㆍ채권ㆍ펀드ㆍ투자신탁 등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으나 연금 상품은 아니다.
영국에서 거주하는 시민권자로서 6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16세 이하의 경우에는 주니어ISA(JISA)에 가입, 성인이 되면 ISA로 자동 변경된다.
이자소득을 비과세 해주는 등 세제혜택이 주어지며 최소 보유기간 및 최소 투자 규모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거치식 또는 적립식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외국처럼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이외에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형태의 연금 형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근로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등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퇴직연금 제도의 경우 대부분 퇴직연금상품이 원리금 보장형에 집중됐다"며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기 위해 위험자산에도 과감한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