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들의 발칙한 性판타지 뮤지컬 '쿠거'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화려한 조명이 어두운 무대를 비추고 글래머러스한 여자 세 명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셋은 리드미컬한 라틴 풍 음악에 맞춰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하다 "돈은 벌 만큼 벌어놨어"라는 노골적 가사를 노래한다. 세 중년 여성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 '쿠거'는 노련한 몸짓과 폭발적 가창력으로 그 막을 올린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흥인동의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쿠거' 프레스콜이 열렸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00회 이상 매진되며 뉴욕 소극장 공연 무대를 평정한 쿠거는 특히 40~5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환호를 받았다. 한국 공연은 노우성(42) 연극연출가 겸 작가가 연출을 맡고 배우 박해미(51), 김선경(47), 최혁주(42), 김희원(41) 등이 출연한다. 이제껏 창작 뮤지컬만 공연해온 노우성 연출에게 쿠거는 첫 라이센스 작품이다. 노 연출은 "여자에 대한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쿠거'는 이혼 후 새 삶을 살기 원하는 릴리(박해미·김선경 역)와 자신의 욕망을 숨겨 온 클래리티(최혁주·김혜연 역)가 메리-마리(김희원 역)의 쿠거 바를 찾으며 전개된다. 쿠거란 본래 먹이를 찾을 때까지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과 동물을 뜻하는데 최근 연하남을 선호하는 능력 있는 중년 여성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쿠거 바는 중년 여성과 젊은 남성을 이어주는 장소다. 세 여자는 젊은 남자와 연애하며 성적 만족을 비롯한 행복을 맛보다 점차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이 먹는 것에 "YES"라고 외칠 만큼 당당해진다.
프레스콜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배우 김선경은 쿠거가 한국 중년 여성들에게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녀는 "스스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느껴도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한국 사회에서는 중년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분출할 공간이 없다. 우리 공연을 통해 그분들이 삶의 가치를 느끼고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거 속에는 '46번 체위' 같은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대사들이 등장한다. 한국 공연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뮤지컬 '매노포즈' '맘마미아' 등에서 고민하는 중년 여성을 연기해 본 박해미 역시 쿠거의 특별함을 언급했다. 그녀는 "쿠거는 다양한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인데 다른 작품에 비해 속마음을 훨씬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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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거가 관객에게 더욱 현실적이고 직접적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데는 '소극장'이란 장소적 특징도 한 몫 한다. 무대와 객석 간 거리가 짧은 소극장에서는 배우와 관객이 직접 교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해미는 "드라마의 경우 늘 나의 10%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소극장에서는 '이 이야기만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힘을 실어 표출하면 관객들의 충분한 공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연출은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그는 "역할을 잘 알고 있을 만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실제 중년 여성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생각지 못한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여자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다가 아니고 그들도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노 연출은 "쿠거는 그런 상태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 과정을 목격하며 관객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4월10일부터 7월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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