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요새 단색화 작품은 내놓으면 솔드아웃(sold out)이죠. 이번에도 여러 군데서 출품되긴 했는데 이곳은 정상화의 목판화를 유일하게 만나볼 수 있는 부스에요."
"우리 화랑에서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으로 경쟁력을 가져볼까 해요. 최근에야 첫 개인전을 가진 박미례 작가 드로잉이 일품이죠. 목탄, 석탄을 섞어서 그린 사슴 한번 구경해 보세요."
단색화 작품들은 수천만~1억원대 가격 수준을 보였다. 갤러리포커스 부스에 전시된 윤형근의 검은 단색화 작품은 6000만~1억원대, 흰색 바탕에 무수한 네모가 새겨진 정상화의 아크릴·판화·콜라주 작품은 각각 1억3000만원, 4000만원, 4500만원이었다. 다도갤러리 부스에 비치된 비슷한 분위기의 정상화의 작품은 목판화로, 크기 별로 400만~4000만원이다.
노화랑에선 특유의 고독한 분위기를 캔버스에 연출하는 지석철 작가와 회화·설치를 한 작품에 담은 한만영 작가의 작품을 내놨다. 지 작가의 '시간, 기억, 그리고 존재'라는 작품은 멀리 파도가 느리게 넘실대는 해변 위에 안장이 빠진 무수한 나무 의자들이 뒹굴고 있었다. 한만영의 작품은 전선 등과 같은 물체 위에 민화 호랑이를 단순하게 그려낸 그림이 얹어져 있다.
행사장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동산방 화랑은 부스 정면에 일본 작가 이즈미 아키야마의 극사실 정물화를 걸었다. 연필로만 그린 그림은 사진 같았다. 화랑 관계자는 "일본에서 핫한 작가로,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소개했다. 가격은 600만~900만원. 지방 화랑들의 부스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 중 광주지역 화랑인 갤러리 자이아트는 정회남 작가의 작품을 내놨다.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장면들을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마치 종이를 오려붙인 듯 하지만 사실은 붓질만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100호짜리는 2500만원에 나왔다.
신진작가들의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아트파크는 접시꽃을 주제로 한 박미례 작가의 유화작품 왼편에 사슴 드로잉을 비치했다. 소품으로 100만~200만원대다. 그 옆엔 디자인을 전공한 김영호 작가가 제작한 모빌이 가미된, 만화 캐릭터와 같은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국내최초의 아트페어로, 올해 33회째인 화랑미술제에는 총 87개 한국화랑협회 회원화랑들이 참여했다. 500여명의 작가의 작품 3200여점이 전시됐다. 부대 행사로 김선현 차병원 미술치료 클리닉 원장이 미술 심리치료를 주제로 한 강연도 마련된다. 박우홍 화랑협회 회장(동산방 화랑 대표)은 "근래 미술시장의 제반여건이 어려움에도 작가들의 창작의욕이 충만해 그 결과물을 선보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화랑미술제에는 국내 94개 화랑이 참여, 3만6000여명의 관람객 수와 37억원 규모의 판매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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