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美 MBA 위상…'거품론' 까지
썬더버드大 경영난에 통합…FT "MBA도 빈익빈 부익부"
年 수료비용 최대 1억3500만원…"기회비용 따지면 낭비" 거품론도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MBA 소지자 절대 고용 말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 애리조나의 썬더버드 경영대학원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제 비즈니스 부문서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지난 2013년 5월 경영학석사(MBA) 정규 강의를 20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고 수업료를 2만달러나 깎았다.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썬더버드는 결국 지난해 말 애리조나 주립대의 일부로 통합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재 웨이크 포레스트대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10월 낮 시간 MBA 강의를 전격 폐쇄했다. 대신 야간과 토요일 강의만 하기로 했다. 대학원 측은 '유연한 강의 스케줄'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지역 언론들과 전문지들은 지원자 수가 줄어든 데 따른 조치라고 분석했다.
한때 고연봉으로 가는 지름길로 불렸던 미국 MBA 학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를 MBA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으로 풀이했다. 스탠퍼드나 하버드 등 상위권 경영대학원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하위권 대학원들은 학생 수 부족으로 MBA 강의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우 지원자가 넘쳐 지난해 지원 학생의 6.5%만을 합격켰다. 썬더버드ㆍ웨이크포레스트ㆍ버지니아 테크 팸플린 등의 경영대학원들은 지원자 부족으로 풀 타임 MBA 강의를 폐쇄한 것이 이같은 최근의 흐름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스 살로너(Garth Saloner)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장은 "학생들이 상위권 경영대학원이 아니면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20여개 상위권 학교를 제외하면 나머지 경영대학원끼리 '서바이벌'을 해야 한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넘쳐나는 MBA=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MBA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MBA 수료자가 매년 10만명이 쏟아지다 보니 희소성이 떨어진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어떤 학위가 가치있으려면 희소해야만 한다"며 "MBA 학위는 더 이상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이후에도 MBA 취득을 위한 비용은 줄기는 커녕 고공행진 중이다. 2년간의 MBA 과정을 수료하는 데는 학비만 평균 6만달러(약 6770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가 소요된다.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12만달러(약 1억3500만원)까지 감수해야 한다. 만일 연 5만달러를 버는 직장인이 MBA에 도전할 경우 연봉 손실분까지 합하면 연간 11만~17만달러의 기회비용이 드는 셈이다.
MBA 거품론도 부상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마리아나 자네티는 지난 2013년 발표한 전자책 'MBA 거품'에서 "MBA를 수료하는 데 2년간 10만 달러나 쓰는 것은 낭비"라고 외쳤다.
◆MBA 대안 등장=최근 MBA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온라인 대학교육(Mooc)이다. Mooc를 통해 스페인 네바라 대학교의 IESE 비즈니스 스쿨,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 뿐만 아니라 예일, MIT 등의 유명 MBA 강의를 들을 수 있다. FT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Mooc를 통해 MBA를 공부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졸업장을 주지는 않지만 몇십달러만 내면 해당 과목의 수료증을 받을 수도 있다.
기업가들마저 MBA를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절대로 MBA 학위 소지자를 고용하지 말라"며 "그들이 당신의 회사를 망칠 것"이라고 말했다.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이에 동의하며 "MBA 강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업을 창조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IT업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창립자포럼의 공동설립자 브렌트 호버만도 "기업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정신을 MBA는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물론 월스트리트가 여전히 MBA 졸업생들을 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MBA의 희소성이 사라졌다지만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MBA를 선호한다. 상위권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수료한 학생들이 투자은행에 입사하면 평균 12만5000달러(약 1억41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여기에 연말마다 주어지는 상당한 보너스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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