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불협화음의 하모니'전 外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불협화음의 하모니'전= 아시아 현황을 예술적·지적 연구를 통해 재검토하고자 독일문화원이 초빙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출신 네 명의 큐레이터팀이 준비한 기획전이다. 서울 남산에 자리한 독일문화원은 동아시아지역 대표 독일문화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향후 2년간 지속할 계획인 이 프로젝트는 오늘날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역사적 차이 그리고 아시아의 다양성을 살펴보며 미래에 대한 상상을 그려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에서 첫 장을 연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로는 천제런(대만), 치바 마사야(일본), 함양아(한국), 김소라(한국), 구정아(한국), 량즈워(홍콩), 류딩(중국), 다카미네 다다스(일본), 다나카 고키(일본), 덩자오민(대만), 우창(미국), 저우자오(중국) 등 총12명이 있다.
천제런은 과거 냉전체제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그리고 자신의 가족사와 기억을 소재로 해 영상작품을 선보였다. 정치적 희생자들과 길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 자신이 직접 지금은 폐허가 된, 아버지가 다닌 회사를 방문해 당시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도 담겨 있다. 치바 미사야의 경우엔 일본인들이 자주 먹는 미소 수프와 카레 라이스를 깔데기에 부어 혼합시킨 물질이 외부로 튀어나오는 회화작품을 내놨다. "일본인의 신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해학적으로 상상해 본 작품이다. 량즈워는 중국과 일본이 같은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음을 착안해 일본에서 유통되는 중국사교과서에 쓰여진 한자어를 모두 지우고 일본어만 남기게 하거나 반대로 한자어만 남기고 일본어만 지웠다. 이어 텍스트를 읽게 했을 때 어떤 상황을 연출하게 될지 살펴본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트선재센터. 02-733-8945.
◆양혜규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전 = 독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설치작가 양혜규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리고 있다. 작가가 국내에서 5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로, 2001년 이후 발표한 대표작들부터 새로운 작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작까지 35점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전시제목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회복에 대한 사유와 무한한 상상을 은유하는 매개다. 조지 오웰의 수필 '코끼리를 쏘다'와 로맹 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코끼리에 작가가 영감을 받아 제목을 붙였다. 코끼리는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과 함께 무너져버린 연약한 인간의 존엄성을 뜻한다. 전시장에는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 상실되고 소외된 것들의 회복을 주제로 한 오감을 일깨우는 공감각적인 설치작 등 다양한 작품이 나왔다.
이 중 짚풀을 엮어 만든 '중간 유형'은 토속적이며 오랜 기간 전해 내려온 짚풀이 갖는 인류학적 보편성과 민족적 개별성에 대한 관심을 담은 작품이다.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 인도네시아의 불교 유적, 러시아의 이슬람 사원을 참조해 구조물 3점과 인체를 연상시키는 개별 조각 6점으로 구성됐다. 2010년 제작한 '서울 근성'이란 작품도 눈길을 끈다. 해외서 머물던 작가가 서울에서 3개월간 체류하는 동안 작업한 것으로, 평범한 이들의 모습을 포착해 인간적인 연민과 경의를 표현했다. 옷걸이용 행어에 전선과 전구를 매달아 인물을 형상화한 작품과 더불어 '사이비' 의료 기구, 약통, 인삼 뿌리 등 해학적으로 꾸민 조각에서는 도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나 집착을 읽을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리움. 5월 10일까지. 02-2014-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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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수,후소(後素)전= '동구리' 캐릭터로 친숙한 권기수 작가가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무심히 낙서하던 흔적 속에서 태어난 동구리 작품은 마치 하나의 팝아트적인 무대처럼 구성돼 대상과 배경의 구분이 확실하다. 이번 작품들에는 근작에 이르러 눈에 띄는 자유로운 선이 드리워 있다. 그러나 그의 그림들이 지닌 미적 감각은 다분히 동아시아적인 회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계를 이차원으로 새롭게 관찰하는 회화에서,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는 예컨대 원근법과 같은 분석적인 공간 해석 대신 존재 그 자체에 중심을 둬 왔다.
작품에선 화려한 색채로 만들어진 깊이 있는 공간 속의 동구리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의 마음이 동양화의 하얀 바탕이 돼 내면의 본질을 담아내며, 공간에 대한 동서양의 다른 시각을 동시에 작품 속에 풀어내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 오는 23일까지. 02-726-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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