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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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한 사실은 현대판 산업혁명을 달성한 성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현대판 산업혁명은 바로 디지털 혁명이었다. 그렇다면 디지털 혁명의 단초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디지털 혁명의 단초는 의외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지 못한 듯하다. 디지털 혁명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세계 첫 상용화나 와이브로 등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 등을 대표적으로 손꼽게 마련이다. 물론 IT 강국의 토대를 이룬 획기적인 업적들이니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디지털 혁명의 수혜를 한껏 누리고 있는 20~30대 층에게 그 단초가 TDX라는 전전자교환기의 국내 개발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치자. 그러면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TDX가 뭔데요?"


TDX를 달리 표현하자면 대한민국을 TDX 개발 전과 후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이다. 다이얼을 돌려서 교환원이 잭을 연결해야만 통화가 가능했던 '원시 시대'에서 버튼식 연결로 순식간에 전국 전신망을 자동화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1ㆍ2차 산업을 위주로 한 후진국형 수출구조가 3ㆍ4차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으로 뒤바뀌는 지렛대 역할을 TDX 개발이 담당한 셈이다.

TDX 개발은 디지털 혁명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가능케 한 새로운 신화의 단초였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디지털과 유토피아를 합성한 '디지토피아'의 시금석이었다.


그 단초를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면 '속도'의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전화기가 미국 가정의 50%를 점유하는 데는 71년이 소요됐다. 전기는 52년이 걸렸고 TV는 30년이 걸렸다. 인터넷은 고작 10년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은 고작 5년 만에 2억명의 네트워크를 창출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혁명이고 '비트'로 구성된 속도전의 유토피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SF를 다룬 영화나 소설을 보면 항상 미래의 모습은 절망적이고 암울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 달성된 미래는 어김없이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SF 영화의 새로운 신기원을 이룬 작품으로 자주 거론되는 '블레이드 러너'를 보자. 1982년 개봉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이후 재평가를 받으면서 저주받은 SF 영화의 전설로 자리매김을 한 이 영화는 미래에 대한 대표적인 '디스포피아' 영화라 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존재는 또 어떠한가.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던 빅브라더는 슈퍼 컴퓨터를 활용한 미국 정보기관의 '애슬론'을 연상시킨다. 온라인 등 디지털에서 오가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는 '애슬론'은 제이스 본을 주인공으로 한 '본' 시리즈 영화에서 그 정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디지털 혁명의 대표적인 디스토피아적 결과물이다.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자. 금융기관이나 통신업체로부터 대규모로 새어나가는 개인정보는 물론 온갖 형태의 보이스 피싱, 금융정보의 해킹 사례까지 디지털 혁명이 어느 개인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산업적인 구조도 심각하게 뒤틀렸다. 통근길 지하철의 단골 메뉴였던 스포츠신문이 무가지신문에 잡아먹혀 무가지시장이 한때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무가지시장은 초토화됐고 한때 각광을 받았던 지하철 객차 내 광고시장도 거의 흔적이 없어지다시피 한지 오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처박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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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시장에서 기존 광고시장을 대체할 만큼 대박을 내는 모바일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지도 않았다. 이야말로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 아닌가.


결국 디지털 혁명도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동전의 양면이라는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개인 스스로, 아니면 기업이 자신의 관점에서 디지털 혁명을 얼마나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wj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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