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과 뇌물사이…어디까지가 합법?
고등학교 동창생이 준 20만원짜리 한우세트 받느냐 마느냐
법조계, 고위직일수록 직무관련성에 폭넓게 인정해 적용
식사 3만원ㆍ경조사 5만원내 허용...情문화에 처벌은 어려워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정부부처 사무관 A씨는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20만원짜리 한우 세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 동창은 A씨가 근무하는 부처의 감사를 받는 회사 중역으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A씨는 이 선물을 돌려줘야할지 고민 중이다.
누군가 공직자에게 명절 선물을 준다면 어디까지가 합법일까? 17일 판례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직자에게 명절선물을 줄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되는 부분은 직무관련성이다. 대법원은 2006년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면 사교적 의례 형식을 빌려 주고받았다 해도 뇌물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은 이 직무관련성에 대해 고위공무원일수록 넓게 인정하고 있다. '포괄적 뇌물'이라는 법리는 공무원에게 개개의 직무행위와 금전수수간에 대가성을 요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두고 있다. 이는 권한이 폭넓은 공무원에 해당하는 시장ㆍ국회의원ㆍ지방의회 의원 등에게 적용된다. 고위공무원이 직무와 관련있는 범위에서 받은 명절선물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직자에게 작은 선물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윤리 강령'은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식사나 선물은 3만원, 경조사는 5만원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명절선물로 마음을 표시하려면 3만원 이하 상당의 선물이 적절한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 윤리강령에 따라 5만~10만원 정도 이상이면 모두 법에 저촉된다고 봐야한다"면서 "20만원이 훌쩍 넘는 한우세트 선물은 안 받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에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깊은 특수한 경우에는 명절 선물이 합법이 될 수도 있다. 뇌물수수죄도 진정으로 순수한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입증했을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2013년 대법원은 공무원의 뇌물수수에 대해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것"이라고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매년 의례적으로 명절 선물을 주고 받아 왔다면 뇌물수수혐의로 처벌할 때 이를 참작한다.
공직자 선물과 관련해 비교적 깐깐한 규정이 있지만 한국 사회 문화적 특성 때문에 하나하나 처벌하기는 힘들다는 법조계 시각도 있다. 최유정 변호사는 "명절 선물에 대해서는 오고 가는 따뜻한 정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에 로비를 가장한 고액 선물을 주는 경우가 아니면 A씨와 같은 사례 등으로 실제 처벌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