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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9. "난 어제 죽었다. 우리 사업엔 굿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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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9. 버핏의 말·말·말

워런 버핏 어록[캐리커쳐=이영우 기자 20wo@asiae.co.kr]

워런 버핏 어록[캐리커쳐=이영우 기자 20w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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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이지만 그의 옷차림에서 억만장자의 흔적을 찾긴 힘들다. 연매출 1780억달러(약 194조원), 자회사를 포함해 30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않는다. 동네 할아버지나 노교수를 연상케 할 만큼 평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처럼 버핏의 소탈한 면모는 그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버핏은 난해하거나 심오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들려준다. 또한 그 안에는 재치와 위트가 섞여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금언과 유머 사이를 오가는 버핏의 발언들을 모아봤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법= "당신보다 훌륭한 사람을 사귀십시오. 그런 친구를 사귀면 당신도 발전할 것입니다."

버핏은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라고 조언한다.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나 자신이기에 자신에게 최대한 많이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존경할 만한 인물이나 전문가들과 어울릴 것을 권한다. "생활 속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영웅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누구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영웅을 선택하라. 그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그래서인지 버핏은 젊은 시절 그의 스승이자 멘토인 벤자민 그레이엄과 함께했고 '뛰어난 판단력과 통찰력의 소유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찰리 멍거와 수년간 동업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정보기술(IT)업계 거물인 빌 게이츠와 막역한 사이이며 영화배우이자 정치인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친분을 쌓았고, 자선사업을 위해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와 손을 잡기도 했다. 모두 각 분야의 정상급에 위치한 유명 인사들이다.
자기 발전과 성공을 위해 또 한 가지 필요한 건 '올바른 습관'이라고 버핏은 말한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에게 늘 엄격한 자세를 유지해왔다. "처음에는 습관의 쇠사슬이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는 너무 무거워 끊지 못한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투자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분석하는 습관을 기르면 누구나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버핏은 CEO가 된 후에도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당시 책에서 얻었던 사고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금전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좋은 습관이 높은 지능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즐거운 경영, 즐거운 인생= "나는 버크셔 경영이 매우 즐겁다. 만약 인생을 즐기는 게 장수에 도움이 된다면 무드셀라(969세까지 살았다는 구약성서 속 인물)의 기록이 깨질지도 모른다."

버핏은 1996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발표한 오너의 매뉴얼(Owner's manual)에서 이같이 말했다. CEO이자 거대 투자자로서의 삶이 항상 평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항상 자신의 일이 재밌다고 말한다.
2007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건강 유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버핏은 이같이 답하기도 했다. "나는 스트레스가 없는 직업을 갖고 있어요.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즐겁습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그게 기억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버크셔의 주요 투자처이자 자신의 기호식품인 코카콜라를 언급하며 농담도 덧붙였다. "그리고 나는 레귤러 코크만 마시고 다이어트 코크는 마시지 않습니다."

버핏의 막내 아들 피터는 어렸을 적 재택근무를 하던 아버지를 보며 '성인 같은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한다. 자아와 일의 완전한 합일을 이뤄낸 듯한 특유의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하면서도 의미심장한 교훈을 배웠다고 한다. "일이란 모름지기 벅차고 치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직업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매일 아침 들뜬 마음으로 일어나 출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돈만 보고 직업을 택하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따르라는 것이다. 실제 버핏은 스승 그레이엄 교수의 투자조합에 취직했을 당시 자신의 급여가 얼마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일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자신의 월급이 얼마인지 알았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 "나는 어제 죽었습니다. 나에게는 의심할 바 없이 나쁜 소식이지만 우리 사업에는 결코 나쁜 소식이 아닙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들은 버핏을 신뢰하고 따른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버핏의 죽음이 버크셔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왔다. 이러한 주주들의 걱정은 30년 전부터 계속됐다. 1986년에 버핏은 "매년 나는 '트럭에 치이면 회사는 어떻게 되느냐'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며 "만약 오늘 내가 트럭에 치이더라도 나를 이어 멍거가 경영을 하게 될 것이므로 버크셔 주식을 팔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버핏은 "내가 죽는 날 주식이 0.25나 0.5포인트쯤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많이 오르면 실망할 것"이라며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는 1991년 주주총회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지금도 제가 없는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 제 몸이 어디에 있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신이 없더라도 버크셔 주가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고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발언이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의 사망이 버크셔와 주주들에게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버크셔의 이사회에 미리 유언장을 제출한 것이다. 이 유언장은 "저는 어제 죽었습니다. 나에게는 의심할 바 없이 나쁜 소식이지만 우리 사업에는 결코 나쁜 소식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는 버크셔의 운영방침을 담은 이 글을 따르기만 하면 적어도 향후 5년간 버크셔는 별 탈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버핏은 사후에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고 버핏 재단에 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로 85세를 맞은 버핏이 세상을 뜬 후에도 금융투자업계에 미칠 그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젊은 투자자를 위한 조언= "주식을 하나의 사업체로 바라보고, 당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 분야에서 신뢰할 만하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되도록 오랫동안 그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내버려 두세요."

버핏은 젊은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버핏은 자신이 인수한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싫어한다. 반대로 말하면 자회사 경영인들의 능력을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버핏이 투자를 할 때 훌륭한 경영자가 운영하는 회사인지 따져본 뒤 결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주식을 매입할 때 대부분 그 회사의 경영진을 만나지 않으며 심지어 이야기도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연례보고서를 여러 번 읽습니다. 그러다 경영진의 정직하지 않은 메시지를 발견하면 주목합니다."

또한 버핏은 결코 도박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박은 사회에 해약을 끼치는 업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도박 산업을 장려하는 주 정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도박은 스릴을 느끼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버핏과 '샴쌍둥이'로 불리는 멍거의 생각도 같다. 멍거는 2007년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고수익 비즈니스인 도박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도박은 더러운 비즈니스"라며 "버크셔가 카지노사업에 뛰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도박과 유사한 것이 주식시장에도 있다며 '데이트레이딩'을 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데이트레이딩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바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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