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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6-① 그의 투자가 최고수익률을 올린건 美주식 침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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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6. 활황과 불황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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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전문가들 장밋빛 전망에도 신중
신기술 무장한 전기전자기업은 외면
섬유·의류·가구·보험 등에 지속투자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워런 버핏은 주식시장의 활황과 불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중 하나는 그가 투자를 중단해야 할 시점과 늘려야 할 시점을 명확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은 다른 투자가나 시장분석가의 의견과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반대로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은 자신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활황으로 주식시장이 과열됐던 시기에 버핏은 추가 투자보다는 기존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또 버핏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시기는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기 시작한 1975년 이후였다. 1975년 이후 10년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평균 수익률은 32%에 달했다. 최고 수익률은 40%, 최저 수익률은 13%였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16%에 불과했다.
 
◆활황을 대하는 태도 '신중ㆍ속도 조절'= 1966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고점을 경신해 역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은 1960년부터 시작한 베트남전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누렸고, 시장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에 덩달아 오르기 시작한 주식시장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증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1950년에 200만주가량이던 거래량은 1967년 1000만주까지 폭증했다.

하지만 버핏은 이 시기에 돌연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조합에 조합원을 더 이상 모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조합원에게 "우리는 좋은 투자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편지를 보냈다. 신기술로 무장한 제록스를 비롯해 트랜지트론, 폴라로이드 등 전기전자기업도 우후죽순 시장에 진입했으나 그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섬유, 의류, 가구, 보험 등 고전적인 투자에 집중해왔던 버핏은 전기전자기업에 쏠리는 시장의 모습을 우려하면서 되레 자신이 운영하던 조합에 두 가지 투자원칙을 추가했다. 추가된 투자원칙은 ▲기술이 투자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고 ▲예상 수익률이 눈부시더라도 인간의 삶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 행위나 활동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신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보험회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홈 인슈어런스의 주식을 샀고 내셔널 인뎀니티 인수에 열을 올렸다.
개별 주식가격의 상승세가 계속됐지만 버핏은 신중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1968년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과거에는 투자관리 업계가 지나치게 정체돼 있었지만 분(分) 단위로 주식을 연구해야 한다는 투자관리인이 나올 정도로 매우 투기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그는 시장을 쫓아 투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단기 주가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조합원들에게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투기를 해 수익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버핏은 결국 1969년 자신의 투자조합을 해산했다. 자신의 조합이 한때 수익률이 수백%에 달했던 뮤추얼펀드의 실적을 앞서야 한다는 압박감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저는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웅 행세를 하기 위해 제가 모르는 게임 때문에 과거의 좋은 실적을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길은 중단하는 것입니다"고 발표했다.

버핏 투자조합이 해산된 이후에도 얼마간 1000포인트를 웃돌던 다우지수는 1년 만인 1970년 거래되던 거의 모든 주식의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은 장기간 침체기에 들어갔다. 1971년 포드재단 이사장이었던 맥조지 번디는 "6년 동안 저는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1960년대 중반 우리는 너무 쉽게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주식에서 장기적인 고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시에는 이것이 과거 15년 동안의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생각했으나 지난 6년간은 달랐습니다"고 고백했다.

70~80년대 세계경제 흔들렸을 땐
오히려 낙관적 포트폴리오 드러내
투자기업 재무개선·원자재에 추가투자


◆불황을 대하는 태도 '구조 개선ㆍ장기 보유'= "미래는 결코 확실하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듣기 좋은 여론에 귀 기울였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불확실성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사는 사람에게 친구다."

버핏이 이와 같은 언급을 한 시기는 1979년이다. 과열된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투자조합을 해산한 지 꼭 10년 만이다. 1979년은 제2차 석유파동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졌던 때다. 미국은 1973~1975년 제1차 석유파동에 이어 1980~1982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더블딥 후유증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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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를 통해 오히려 낙관론을 드러냈지만 월스트리트의 투자분석가 대부분은 시장에 대해 너도나도 비관론을 내놨다. 당시 미국 상황은 이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최대 13%에 달했고, 금리도 두 자릿수대를 이어가면서 주식보다는 보석, 예술품, 부동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연금펀드조차 주식 편입비율을 10% 이하로 낮추고 회사채 투자를 늘리는 등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가이코, 워싱턴포스트(WP) 등의 사업구조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썼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을 막아줄 조치로 아메리카알루미늄, 클리블랜드클리프 등 원자재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 장기간 보유했다. 반면 다른 투자회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자금을 끌어모아 저가에 거래되고 있는 상장회사들을 인수해서 다시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데 열을 올렸다.

버핏은 불황기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 행태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주의 돈으로 자기 잇속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를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돈인양 사용하는 정부관료에 비유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을 파는 데는 관심 없다"며 "현금이 발생하고 좋은 노사관계가 유지된다면 평균 이하의 기업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업을 사모았다가 성장 가능성이 낮으면 매번 버리는 '진 러미(gin rummy)식 경영'은 자신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운영원칙 덕에 불황에도 더 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할 수 있었고 기존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

활황과 불황을 대하는 버핏의 태도는 1990년에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이어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연례 주주총회에서 정보기술(IT)주식을 매입하지 않는다고 발표했고 아시아 등 신흥국시장의 기업에 눈을 돌렸다. 한국의 포스코에 대한 투자도 이때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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