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애국심을 소비에 반영해 '이왕이면 한국산'을 고집하던 한국인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이 좋은 수입품을 주저 없이 선택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7일자)에서 이와 같은 분위기를 전하며 한국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절실해졌다고 지적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만 해도 TV에 등장하는 유명인들은 값비싼 독일 BMW 자동차 대신 '토종 브랜드'인 현대차를 타고 있음을 자랑거리처럼 내세웠다. 같은 해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광복절(8월15일)을 상징하는 숫자를 브랜드화한 '815 콜라'가 탄생해 소비자들은 콜라를 선택할 때에도 애국심을 찾았다. 외환위기 직후 출시된 현대증권의 '바이코리아' 펀드는 출시 석 달 만에 12조원 이상을 끌어 모아 투자에서도 애국심을 발휘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런데 이러한 '애국 소비' 양상이 최근 180도 달라졌다. 아무리 국산이라고 하더라도 가격이 불합리하거나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지체 없이 구매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자동차 전문지 '모터그래프'가 한국인 1800명에게 현대기아차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절반가량이 "내수 시장에서 차별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똑같은 자동차 모델인데도 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에 분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 자동차의 한국 판매 규모가 한국산 자동차의 대(對)유럽 수출액을 추월했다. 또 10년 전 100대 중 한 대꼴이었던 수입차는 이제 10대 중 1대로 늘어났다. 반일 감정이 높은 한국에서 일본의 도요타 캠리가 '2013년 올해의 차'로 선정됐을 정도로 '애국 소비'는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을 때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태도에 애국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첫 신호가 포착됐다고 평가했다. 당시 삼성이 '옴니아2'를 출시해 한국의 자부심을 강조하고 언론들도 아이폰의 부정적 리뷰를 전면에 내세워 국산 편을 들어줬지만 당해 연도 아이폰의 점유율은 25%에 달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목록에서 국산품이 빠져나간 빈 공간을 수입품이 차지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한국 소비자들이 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난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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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3년간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해 5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또 인터넷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직구)'의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2011~2013년 한국 소비자의 해외 직구 규모가 1조1000억원으로 두 배로 증가한 데 이어 앞으로도 증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안방'에서 오랫동안 쉽게 돈을 벌어온 한국 기업들이 애국 소비와 멀어져 가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에 걸맞게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외국계 화장품 경쟁사들을 따돌린 한국 화장품 업계의 성공 사례가 한국 기업들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평가를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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